분양 시장에 찬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달 청약 단지 세 곳 중 두 곳은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고 두 자릿수 경쟁률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전반이 위축된 데다 높은 분양가 때문에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청약을 진행한 12개 단지 가운데 8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청약 단지 셋 중 하나만 모집 가구 수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평택시 장안동에 들어서는 '평택 브레인시티 5BL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과 강원도 동해시 해안로 '동해발한석미모닝파크',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테넌바움294 Ⅰ·Ⅱ', 전남 장성군 장성읍 '장성 남양휴튼 리버파크', 광주시 북구 매곡동 '힐스테이트 중외공원 2·3블록', 부산 진구 양정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양정'에서 미달이 나왔는데 대부분은 전체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모집 가구 수를 모두 채운 곳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충남 공주시 월송동 '공주월송지구 경남아너스빌', 경북 포항시 남구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 2단지',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 '송내역 푸르지오 센트비엔'에 불과하다.
이달 분양 단지 중 평균 경쟁률이 두 자릿수 이상인 곳은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큰 관심을 끈 메이플자이(442.3대 1)가 유일하다. 전체의 절반인 6개 단지는 소수점 경쟁률을 기록했다.
테넌바움294 Ⅰ·Ⅱ는 각각 189가구, 99가구 모집에 43명, 22명만 신청해 0.2대 1 수준에 머물렀다. 동해발한석미모닝파크와 장성 남양휴튼 리버파크도 경쟁률이 0.2~0.3대 1 정도에 불과했다.
전체적인 청약 경쟁률도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이달 청약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9.9대 1인데 메이플자이를 제외하면 2.8대 1로 떨어진다. 지난해 연간 경쟁률 11.17대 1(부동산R114 기준)의 4분의 1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심하다고 평가된 작년 1~3월보다도 낮은 수치다. 당시 경쟁률은 5대 1 안팎이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이달 분양한 곳 중 전남 장성을 제외하면 모두 도심인데도 불구하고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은 이유는 결국 높은 분양가"라며 "분양가가 '넘사벽' 수준인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과 인천 같은 경우 핵심지에서는 비싼 분양가에도 물량이 소화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 분양하는 단지는 수요자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청약 시장의 지금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존 주택시장 위축이 풀리면 분양시장도 좋아질 수 있는데 상반기 내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하 시기 등을 고려할 때 10월 정도는 돼야 분위기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사비 상승 등에 따라 높아진 분양가는 청약 수요를 살리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청약 시장의 양극화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 수석연구원은 "최근 건설사 부도 위험에 대한 걱정이 더해지면서 지역, 입지, 브랜드 등을 까다롭게 보고 선택하는 선별 청약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분양 후 공사 중단 리스크 등의 불안요인을 차단하려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 건설사 단지로의 쏠림이 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