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초고령화 등 시대 맞는 신가전 발굴
미래형 주거공간·'반려 로봇'으로 돌파구
가전업계가 침체된 사업을 회복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수요가 몰리는 신시장을 주목하면서 인공지능(AI)를 접목시킨 똑똑한 가전 만들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우선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1인가구 증가, 신혼부부수 감소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신시장 개척이 중요해졌다. 과거 LG전자의 스타일러처럼 시대적 흐름을 간파한 새로운 수요를 공략할 신제품이 필요한 시점이다.
LG전자가 2011년 세계최초로 개발한 의류관리기 'LG 스타일러'는 신혼부부 증가와 고가 의류를 소비하는 시대적 흐름을 읽어 개발한 제품이다. 현재 LG 스타일러는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혼수 필수 제품군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가전업계는 1인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작은 집에서도 다할 수 있는 '미래형 주거공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LG 스마트코티지', 삼성전자는 '타이니하우스'를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IFA 2023에서 공개하고 모든 가전제품을 연동 제어할 수 있는 신개념 시장을 선보였다.
여기에 AI를 접목한 '똑똑한 가전' 만들기에도 한창이다. 이역시 똑똑한 가전으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행보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가전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냉장고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선보인 뒤 꾸준히 AI 가전 기술력을 진화시켜 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곧 국내 시장에 선보일 AI 기능을 탑재한 '일체형 세탁건조기'도 새로운 수요창출을 이끌 제품군이다.
새로운 가전 트렌드를 이끌 또 하나의 키워드는 '초고령화'다.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인해 헬스케어 가전과 글로벌 돌봄 로봇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올해 안에 '1가구 1로봇'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소비력이 있는 고객들이 고령층을 부양하기 위한 직간접적 사회 비용이 잠재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20년 21.8명에서 2030년 38.6명 등으로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2067년에는 100.1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규모가 감소하는 가운데, 노령인구는 지속해서 증가해 2024년 사상 최초로 10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령층을 부양하기 위한 직간접적 사회 비용 급증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령층을 돌보기 위한 소비가 발생하고, 고령 인구의 가파른 증가세는 의료 가전과 돌봄 로봇 시장 확장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종욱 동아대학교 교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인력이 부족할 정도로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단순한 가사노동을 해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서적인 교류까지 할 수 있는 로봇의 시대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부터 '1가구 1로봇' 시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돼 왔지만, 기술적 장벽으로 실현이 못 됐다"라며 "챗GPT 등장으로 이제는 기술 발전이 빨라진 만큼 챗GPT와 로봇 하드웨어의 가격하락이 맞물리면 빠르면 올해 내에도 1가구 1로봇 시대가 도래해 시장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