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제조기업 현금자산 110조 풀어도 코스피 13% 상승 그쳐

입력 2024-02-20 16:04수정 2024-02-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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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자산 투입과 코스피 적정가치 변동률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펀드 5곳은 삼성물산에 5000억 원어치 자사주를 매입을 요구했다.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할 것을 압박했다. 이들의 배당 요구는 삼성물산이 제안한 배당액보다 각각 76.5%, 75.0% 증액된 규모다. 삼성물산은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다음 달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시티오브런던 측의 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주총 소집 공고에서 “주주제안상 총 주주환원 규모는 2024년 회사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이런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주요 상장 기업들이 잇달아 배당, 자사주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해결에 적극 뛰어들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대두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세진 탓이다.

시장에서는 지나친 주주환원의 부작용이 투자자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스피 제조기업들이 현금성 자산(244조 원)을 모두 썼을 때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효과는 2%포인트, 코스피 적정가치 오름폭은 30%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주주환원 정책 속에 수익성이 개선돼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메리츠증권이 코스피 제조기업의 자본 감소(현금성 자산소진)에 따른 ROE와 코스피 적정가치 상승폭을 분석한 결과, 현금성자산 109조5000억 원을 썼을 때 ROE는 1%포인트 개선됐다. 이에 따른 코스피 적정가치는 13.3% 상승했다.

ROE가 2%포인트 개선되려면 199조80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풀어야 한다. 이 때 코스피 적정가치는 26.7%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코스피 제조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44조 원 규모다. 이중 삼성전자(75조 원), 현대차그룹(43조 원), SK하이닉스(7조 원) 등 시총 상위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제조기업의 주주환원 재원은 최대 224조 원이지만, 대기업들 제외하면 쓸 수 있는 돈은 100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대규모 주주환원을 통한 ROE 개선은 분명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투입한 돈의 규모에 비해서는 효과가 아주 극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등 처럼 보통주와 우선주의 괴리가 큰 기업은 저평가된 우선주를 매입·소각하라는 요구가 흘러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현대차가)보통주 주가의 60% 수준에 있는 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조치만 시행해도 주가가 30만 원 이상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 우선주 시가총액이 10조 원을 돌파하면서 자사주 매입·소각 기대는 과도하다”며 “현대차의 금융부문 제외 순현금은 12조 원으로, 2024∼2025년은 전기차 공장 건설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투자로 연간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라 잉여현금흐름(FCF)이 6조 원에서 2∼3조 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보유 현금 92조 원 중 50조 원을 투입해 우선주를 매입하고 그중 20조 원을 즉시 소각하는 방식을 권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주주환원도 긍정적이지만 주가 측면에서는 주주환원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놓는게 밸류에이션 상승에 효과적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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