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시선] OTT 요금 인하가 미칠 나비효과

입력 2024-0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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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절감으로 콘텐츠 質 하락 우려
광고경쟁에 전통미디어 생존 위협
공익성 등 균형된 정책판단 앞서야

지난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가격을 인하한다는 정부 방침이 보도되었다.

해당 부처에서 정부의 직접적 가격 개입은 없다고 해명하였지만, 혹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통신비 인하 정책과 연관되어 검토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OTT 월 이용료가 적게는 8000~9000원에서부터 1만8000원 수준에 달해, 2~3개 OTT를 모두 보려면 가격이 5만 원에 이른다는 주장을 보면 그런 의문이 전혀 근거 없어 보이지 않는다.

국민 1인당 OTT 서비스 평균 가입 수가 2.3개라는 통계수치만 보면, 요금 인하 정책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2~3개 OTT를 모두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OTT는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연계 혹은 번들 상품으로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OTT 성장에도 불구하고 IPTV 가입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복수 OTT 이용자 통계 안에는 허수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OTT의 이용요금은 개별 국가의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국내 OTT 시장의 절대 강자가 넷플릭스라는 점에서 가격 규제 효과도 회의적이다.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는 ‘요금 인하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도리어 OTT 요금 인하는 가뜩이나 허덕이고 있는 국내 OTT만 더 압박하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OTT 요금 인하가 실현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요금 인하로 이용료 수익이 줄어들게 되면, OTT 사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비용을 절감할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동영상 서비스를 상품으로 하는 OTT 사업자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제작비를 절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 사업자에게 제작비 절감은 콘텐츠의 질적 하락과 이로 인한 경쟁력 저하로 경영을 더욱 악화시켜 이른바 ‘침체의 소용돌이(Spiral of Downward)’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들이 국내 영상 제작시장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급증한 제작비로 인해 사실상 독자적인 IP(지식재산권)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OTT 요금 인하는 국내 방송사업자들의 콘텐츠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토종 OTT들은 이동통신이나 유료방송과 결합 판매되는 부가 서비스, 아니 번들 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한국 방송시장의 오래된 병폐인 저가 방송시장을 더욱 고착시키게 될 것이다.

OTT 사업자들이 모색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은 대체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광고 재원이다. 광고 수익은 아주 오랫동안 미디어 사업의 주재원이 되어왔다. 특히 소수 지상파방송과 종이신문이 지배하던 시절에 광고 재원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다. 하지만 인터넷·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포털, SNS와 유튜브 성장으로 그 샘물이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

여기에 광고 없는 유료서비스를 고집했던 넷플릭스조차 광고가 포함된 저가 패키지를 시작하였다. 방송서비스를 우회하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서비스도 성장하고 있다. 그러니 광고 재원은 OTT 사업자에게 결코 만만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 더구나 재정압박으로 약화된 콘텐츠 경쟁력은 광고 재원을 늘리기는커녕, 기존의 광고 파이마저 빼앗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OTT들까지 광고 경쟁에 가세하게 되면, 광고 재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전통 미디어들의 생존은 더욱 위협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는 그 기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 물론 OTT 요금 인하로 그 정도로 큰 나비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디어 정책은 공익성, 산업 활성화, 수용자 주권 같은 다양한 목표들이 서로 얽혀 있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OTT 요금 인하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이 같은 다양한 정책목표들에 대한 치밀하고 균형된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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