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탈 자금 유입
인도도 선전ㆍ홍콩 제치고 6위
골드만삭스, 日증시 호황 이끈 ‘7인의 사무라이’ 주목
도요타·미쓰비시상사 등 유동성 풍부·3년간 흑자 경영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거래소연맹(WFE)은 1월 말 기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시총의 합이 전년 말 대비 3% 증가한 6조3400억 달러(약 8461조998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7% 감소한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시총(6조433억 달러)보다 많다.
이에 도쿄증권거래소는 2020년 6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상하이증권거래소를 누르고 아시아 시총 1위를 탈환했다. 세계 시총 순위로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범유럽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에 이어 4위에 랭크됐다.
중국에서 경기 둔화 우려로 빠져나온 투자 자금이 일본 주식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순자산배율(PBR)이 낮은 기업에 대해 시정을 요청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탈피로 경제가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가베야 히로카즈 다이와증권 주식조사부장은 “중국 경기는 당분간 회복할 것 같지 않아 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중국 경기침체 영향을 덜 받고 독자적 성장 요인이 있는 일본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노시타 도모오 인베스코에셋매니지먼트 글로벌 시장 전략가도 “중국 증시가 하락하는 가운데 중동의 오일머니가 유럽을 거쳐 일본 증시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도 인구 감소로 전환한 중국과 대조적으로 인구가 늘고 있으며 중산층 증가로 인한 내수 성장이 기대돼 증시에 유입되는 돈이 늘고 있다. 인도국립증권거래소는 시총이 2022년 말 대비 34% 늘면서 중국 선전과 홍콩증권거래소를 제치고 6위에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일본 증시를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7개 기업을 선정하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제목을 빌려 이들을 ‘7인의 사무라이’라고 명명했다. 스크린홀딩스, 어드밴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 도요타, 스바루, 미쓰비시상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이 높은 기업 중에서도 유동성이 풍부하고 3년간 적자에 빠지지 않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추려냈다.
이는 미국 증시 호황을 이끈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 세븐(M7)’의 일본 버전인 셈이다. M7도 1960년대 미국 서부영화 ‘황야의 7인’에서 이름을 따왔다. 다만 M7과 7인의 사무라이는 주가 상승의 원동력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골드만삭스는 짚었다. 브루스 커크 골드만삭스 수석 전략가는 “미국 M7의 상승 동력이 매출 확대였다면, 일본 7인의 사무라이 주가 상승은 대부분 이익률과 주가수익비율(PER) 확대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증시 강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일본 기업의 자본 효율 개선 기대 등을 이유로 올해 말 닛케이225지수의 평균 예상 범위를 3만8500에서 4만1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닛케이225지수는 16일 3만8487에 마감하면서 거품 경제 시대였던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