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행동주의 펀드 공세…혼돈속 금융권 주총 예고 [2024년 주총 키워드]④

입력 2024-0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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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내달말 정기주총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요구
얼라인·VIP 등 7개 지주사에
"주주환원률 50%까지 높여라"

금융권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격랑에 휩싸였다.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벨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주총에 앞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확대를 포함한 주주 친화 정책 강화, 기업의지배구조개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요구하면서 주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다음달 말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환원 확대다.

정부는 3월 주총에 한 달 앞선 26일, 미국 등 주요국 증시 대비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기업 벨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방안은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ROE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공시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의 기업 가치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추가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PBR을 높이기 위해서는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여야 하는데, 배당과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환원 정책은 자기자본을 낮춰 ROE를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정부가 추진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주는 대표적인 저PBR 업종으로, 이들의 PBR은 0.3~0.4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 등이 나서 주주환원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도 차츰 본격화될 전망이다. 상법에서는 주주 제안을 정기 주총일 6주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기업이 3월에 주주총회를 열기 때문이다. 주총 소집 결의와 통지·공고, 배당 결정은 주총 개최 2주 전까지 해야 한다.

이미 얼라인파트너스, VIP자산운용 등이 행동에 나선 상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7개 금융지주를 상대로 주주환원책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은행주의 주주환원율이 선진국 대비 저조하다고 지적하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최소 5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환원율은 순이익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되는 금액(자사주 매입액과 배당금액의 합)의 비중이다.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32.7%~37.5%(KB금융 37.5%, 신한금융 36%, 하나금융 32.7%, 우리금융 33.7%) 수준으로 전년 대비 4.5%p~7.5%p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의 산업은 선도적인데 저평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작년에 일본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자금들이 일본으로 유입됐다"며 "한국의 주주환원은 현재 주요 국가 대비 낮은 상황으로 특히 미국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라 점진적으로 주주환원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 급속화되는 고령화와 저금리로 노령인구의 재산형성을 위해서 자본시장의 밸류업은 자산형성에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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