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상승·거래침체로 양극화 보여
지역별 정책차별화…정밀대응해야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초저금리와 금융완화 기조를 틈타 무서운 활황세를 보였던 국내 주택시장이 2022년 하반기부터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물가와 금리가 급등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초부터 2022년 여름까지 전국의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는 약 32% 상승하였다가, 2022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10% 이상 하락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이 약 42% 상승하였다가 15% 하락하면서 서울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장기 침체로만 갈 것 같은 국내 주택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2023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의 일부 강남지역, 성남, 하남, 광명, 과천, 광주, 안산 등 교육과 주거환경이 좋거나, 서울 도심과의 이동이 쉬운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 반전하고 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형성된 소위 ‘버블세븐(bubble seven)’ 지역의 상승세가 인근으로 확대된 사례가 떠오른다. 아직 그렇게 부르는 것은 성급하지만 이들 ‘신(新)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현재 주택 거래량도 점점 늘어가면서 상승세를 점차 주변으로 확대하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금리도 안정되고 있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각종 포퓰리즘적 개발 공약이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긴 점도 있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급증한 단기부동자금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호시탐탐 부동산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을 제외한 서울 강북, 수도권 대부분,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전반적으로 내림세가 깊어지고, 거래도 매우 침체하고 있다. 체감경기 악화 및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구매 수요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 회복을 위한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강도 높은 정부 정책을 지역별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내 주택시장의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분양 주택의 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미분양 주택 수는 주택시장이 침체로 급전환된 2022년 전년 대비 무려 5만397호 증가하였고, 시장이 다소 진정된 2023년에는 5618호 줄어들었다. 하지만 악성이라 불리는 소위 ‘준공후 미분양’ 주택 수는 2023년에도 오히려 3339호 늘어났다. 선호되지 못하는 지방의 주택은 끝까지 미분양으로 남으면서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만일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수도권 일부 지역은 가격 상승, 거래량 증가 등 인플레이션이, 다른 지역은 가격하락, 거래량 감소 등 디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바이플레이션(biflation) 현상도 예견해 볼 수 있다. 바이플레이션하에서는 일관성 있는 주택정책을 펼칠 수가 없으므로 주택정책은 지역 간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국내 주택시장에 큰 혼란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혹여 다시 거품 형성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그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개발 시기를 분산시켜 전세수요의 속도를 조절하고, 이 과정에서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고통을 당할 서민들의 주거 안정 대책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반면 장기 침체 지역에 대해서는 주택가격 조정을 통해 매매를 활성화하여 연착륙을 유도하여야 한다. 특히 대상 지역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 구조를 장기화함으로써 가계 부실 문제가 갑자기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