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40여일 앞두고도 여야의 선거구 획정 협상은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했다. 텃밭 의석 증감 등 이해관계에 따른 여야 강경 대치로 일부 지역은 선거 목전까지 '깜깜이'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9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선거구 획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쟁점 지역구 합·분구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이번 총선 선거구획정안은 각 6개 선거구가 합(△서울 1곳 △부산 1곳 △경기 2곳 △전북 2곳 △전남 1곳)·분구(△부산 1곳 △인천 1곳 △경기 3곳 △전남 1곳)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서울·전북에서 각 1석이 줄고 경기·인천에서 각 1석 늘었다.
당초 민주당은 텃밭인 경기 부천과 전북이 각 1석 감소한 것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부천보다 의원 1인당 인구수가 적은 서울 강남과 대구 달서를 건너뛰고 부천을 감석한 것은 모순이며 여당에 편파적이라는 논리다. 실제 부천(4석)은 모두 민주당이 깃발을 꽂은 텃밭인 반면 강남·달서는 보수세가 짙은 지역이다.
민주당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전북 대신 부산 감석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이 '절대 불가' 기조를 유지하면서 협상은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앞서 민주당은 획정위에 인구 300만명인 인천은 지역구가 13개인 반면 인구 330만명 부산에 지역구 18개가 배당된 것은 불합리하다며 부산 1석 감석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민주당은 원안 처리로 가닥을 잡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부산 의석을 양보하지 않으면 의원 정수·지역구·경계 조정 모두 선관위 원안대로 하자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민주당은 전북 대신 부산 의석수를 하나 줄이자고 제안했는데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서 여야가 특례 조정하기로 잠정 합의한 서울·경기·강원·전남 등 일부 지역도 원안 회귀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 경우 강원은 기존 8석이 유지되지만, 철원·화천·양구와 속초·인제·고성 등 6개 시·군이 묶인 서울 면적 8배에 달하는 초대형 선거구가 생기게 된다. 철원·화천·양구에서 분리된 춘천은 갑·을로 나뉘고, 속초·인제·고성에서 떨어진 양양은 강릉과 묶인다. 여야는 강원과 서울 등은 원안을 유지하기로 협상을 마친 상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이번 총선을 기준으로는 지난해 4월 10일. 하지만 뚜렷한 제재가 없는 탓에 법정 기한 초과는 물론 선거 직전 '벼락 처리'가 반복돼 왔다. 직전 21대 총선에선 선거 39일 전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역대 최장 지각 기록은 17대 총선(선거 37일 전)이었다. 29일 획정안 통과가 불발되면 이 기록은 다시 쓰일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