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강한 오컬트 장르 '파묘' 이례적 흥행…인기 요인은?

입력 2024-02-26 14:59수정 2024-02-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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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 동원한 '서울의 봄' 흥행 속도보다 빠른 '파묘'
MZ세대 자극한 '힙한 무당' 등장해 한국적 요소 가미
한국인만 느낄 수 있는 '한'의 정서를 오컬트로 녹여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파묘'의 흥행이 심상치 않다. '파묘'는 개봉 4일 만에 3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서울의 봄' 흥행 속도보다 빠르다. 호불호가 강한 '오컬트' 장르에 관객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묘'의 누적관객수는 299만 명이다. 주말에만 150만 명 이상의 관객(24일 77만 명, 25일 8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 첫 천만 영화가 탄생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이 주연으로 활약한 '파묘'는 제목 그대로 파묘(破墓 :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냄)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의학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이 대물림되는 한 집안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병의 이유가 조상의 잘못된 묫자리 때문임을 간파한다. 그들은 풍수사 상덕(최민식), 장의사 영근(유해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네 사람은 파묘를 통해 집안의 우환을 제거하려고 한다.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소재에 접근할 때, 겉모습보다는 코어(핵심)를 보려고 한다"라며 "파묘라는 게 과거를 들춰서 잘못된 걸 꺼내 없앤다는 정서다. 그래서 우리나라 땅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피해자이고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으니 그걸 파묘해버리자'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상처를 파헤침으로써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영화다. 무속 신앙, 묫자리, 대살굿 등의 소재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침략받았던 한국의 아픈 역사를 파묘한다는 서사 구조로 되어 있다. 장 감독은 이 같은 서사를 오컬트라는 장르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것.

오컬트(occult)란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을 말한다. 호러 영화의 하위 장르로 악령, 영혼, 사후 세계 등을 다룬 영화다. 한국의 대표적 오컬트 영화는 장 감독이 연출한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이 있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도 오컬트 장르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적인' 오컬트…'파묘'의 장르적 특징은?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오컬트에 등장하는 악령들은 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파괴한다. 관객들은 이들의 파괴적 행위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쾌감을 느낀다. 서구의 오컬트를 보면, 주로 퇴마사가 악령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는다. 퇴마사는 한국인에겐 낯선 이미지라 극소수의 영화광들만 오컬트를 즐겼다.

'파묘'는 서구의 오컬트와는 결이 다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악령은 일제가 한국의 기를 누르기 위해 불러온 옛 일본 장수의 정령이다. 주인공들은 이 사악한 정령을 제거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컬트라는 장르가 다루는 소재는 매우 비과학적이다. 귀신에 빙의된 이야기, 구마 의식 등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일상에서 논리적 증명과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요즘의 한국 사회에서 역설적 담론 주제가 될만한 서사적 재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특히 '파묘'는 한국형 오컬트"라며 "한국인만이 몰입할 수 있는 역사적 아픔과 '한'의 정서를 한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무속 신앙에 담았다"고 설명한다. 주로 서구의 퇴마사가 등장하는 오컬트의 장르적 공식을 비틀어 무속 신앙을 접목해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했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배우 김고은은 무당 '화림' 역을 맡아 슈트를 입고 퇴마를 하거나 스니커즈를 신은 채 굿판을 벌인다. 배우 이도현은 야구선수였으나 신병을 앓고 온몸에 금강경을 문신으로 새긴 법사 '봉길'로 분했다. 암암리에 전해졌던 무속 신앙의 힙스터적인 면모가 제대로 맞물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힙한 무당'들의 등장이 젊은 세대의 몰입을 끌어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끝으로 그는 "무속 신앙의 특성상 종교·역사와 관련해 상징적인 모티브가 다양하게 등장한다"라며 "영화를 관람한 뒤,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 해석하는 과정이 동반되는데, 이러한 결과가 N차 관람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순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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