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위사업청이 심의를 거쳐 군사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추가 제재 없이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이 논란의 중심에 서며 방사청 심의를 받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기밀을 취득해 회사 내부망에 공유하며 문제가 됐다.
HD현대중공업이 속한 HD현대는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제재를 받아 향후 몇 년간 국내 특수선 시장에 참가하지 못할 위기였지만, ‘행정지도’ 처분만을 받아 최악의 상황은 넘기게 됐다.
방사청이 상대적으로 약한 수준인 행정지도 처분을 내린 것은 일반 직원 외에 대표나 임원의 개입 확인이 힘들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방사청은 대표와 임원에게만 규정된 청렴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렴 서약서를 쓰지 않았고 회사 고위직이 아닌 직원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회사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관련 직원들은 별도 비인가 서버에 탈취 자료들을 보관 및 활용했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 압수수색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등 대응 매뉴얼까지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방사청은 단 한 명의 임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사건에 연관된 직원들이 판결문의 제3자 열람이 불가능하도록 공개를 제한해 방사청의 후속 조치가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지만, 관대한 처분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방사청은 2017년 한화시스템(당시 한화탈레스) 직원이 3차례에 걸친 소속 공무원 접대 사건에 대해서도 행정지도 처분만 내렸다. 그 때도 대표나 임원 개입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도 위법에 대한 처벌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약 7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이유로 비슷한 처벌이 내려졌다. 물론 소수 기업만 참여하는 국방 산업의 특성을 고려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불법을 방치하면 더 큰 불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
7년 전 방사청이 관련 법ㆍ제도를 손질하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했다면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규정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법에는 그에 합당한 제재가 있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