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청년' 정책 비교…대학 기숙사·철도지하화 부지 활용 주택은 실현성↓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약 1274만 명에 달하는 2030세대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한 각종 공약을 내놓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청년 연령 기준을 34세에서 39세로 상향해 정책 혜택을 확대하고, 철도 지하화 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월 3만 원만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3만 원 청년패스'를 비롯해 월 20만 원 대의 대학 기숙사를 총 5만 호 공급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본지는 여야가 각각 내세운 청년 공약들의 효과와 실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봤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예식 비용의 투명성을 높여 결혼 비용 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담은 '청년 모두 행복 2호'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결혼준비대행서비스에 계약당사자의 확정, 계약금의 상환, 청약철회권 등을 포함한 표준약관을 도입하고, 결혼준비대행서비스 업체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증보험 제도도 추진한다. 아울러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 등 '웨딩 패키지' 계약의 세부 가격 공개도 추진할 방침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총 결혼비용은 2억9748만 원이었으며, 이 중 '예식비용’은 예식홀(1283만 원)과 스·드·메 등 웨딩 패키지(360만 원)를 합해 총 1643만 원에 달했다. 보증보험 제도 추진과 웨딩 패키지 계약의 가격 공개 등은 별다른 재원 투입 없이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평가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월 3만 원만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인 '청년패스'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최근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따른 청년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독일은 지난해 5월부터 월 49유로(약 7만 원)를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을 본격 도입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전국 최초로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이 오른 가운데, 교통비 절감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뜨거운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의 구매자 연령대를 살펴본 결과, 20대(30%)와 30대(29%) 청년층이 구매자의 절반이 넘는 59%를 기록했다. 이처럼 공약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지만, 관건은 재원 마련에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해당 사업 예산으로 약 2900억 원을 단독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4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3만 원 교통 프리패스 정책을 발표하면서 소요 예산으로 약 4조 원을 추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월 20만 원대의 대학 기숙사를 총 5만 호 공급하는 내용의 '청년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은 당 청년정책 총괄 기구인 '랩(LAB)2030'이 청년 표심을 겨냥해 내놓은 1호 정책으로, 교통 접근성이 양호한 초·중등학교의 폐교 부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 및 부지를 활용한 연합형 기숙사의 형태로 마련할 계획이다. 3만 호는 폐교나 폐교 예정인 곳을 활용하고, 1만5000호는 국공립대 내 부지, 5000호는 공공택지개발 부지를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대학생들의 주거비 경감을 위한 공공기숙사 확충안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 때마다 내놓는 단골 '재탕' 공약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임대료가 기존 사립대 기숙사의 3분의 1 수준인 공공기숙사 '행복기숙사'를 20만 호 공급하겠다고 공약했고,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이와 관련한 공약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도 2012년 공공기숙사 확충 공약을 시작으로 2014년 지방선거, 2017년 대선 등에서 기숙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실현 가능성 또한 모호하다. 민주당이 제시한 폐교 부지 등 '국공유지'이면서도 대학 인근에 있는 부지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대안 없이 교육감과 지자체장을 만나 협조를 구하고 협약을 체결하겠다는 방안에 불과해 구체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원룸 임대사업자 등 주민들과의 마찰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도심 철도 지하화'와 '구도심 재개발'을 통해 확보되는 부지를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청년층을 위한 '뉴:홈' 등 공공분양주택과 청년 특화형 공공임대 주택 신축 부지로 활용해 청년·신혼·출산 가구를 위한 주택을 대략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국 주요 도시의 철도를 지하화함으로써 확보되는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를 통합 개발하고, 철도로 단절되고 노후화된 구도심은 용도규제 특례를 적용해 정비·개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편, 철도 지하화 사업은 공사 기간, 지상 부지 조성 등을 합쳐 사업 기간만 총 1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간 프로젝트다. 여기에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대만은 타이베이 지역 인근의 지상 철도 22.3km에 대한 지하화 사업을 1983년 시작했지만, 30년이 지난 2013년이 돼서야 겨우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결국, 지하화 사업이 완료되고 부지를 확보해야만 비로소 착공이 가능한 청년주택은 현재 주택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아득한 미래'인 셈이다.
아울러 정부가 6개 국철 노선과 4개 도시철도 노선의 지하화에 약 45조2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철도 지하화 사업 자체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부지를 청년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은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