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된 심사”…입법자 역할 존중해 위헌심사
주(週) 52시간 상한제를 정한 근로기준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일주일간 근로할 수 있는 시간 총량을 제한했다고 해서 근로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최저임금법 제8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정한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이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사업주 내지 근로자로 이뤄진 청구인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하여금 최저임금위원회 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제8조 제1항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 관한 같은 법 제14조 △위원회 위원의 위촉 등에 관한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등이 청구인들의 계약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년 5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휴일 근로시간이 1주간 연장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1주 최대 68시간의 근로가 가능하도록 적용된 관행이 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에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해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제2조 제1항 제7호에 ‘1주’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정의규정을 도입함으로써 1주 최대 근로시간이 휴일근로를 포함한 52시간이라는 것을 명시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입법자는 기존에 법정 근로시간 외에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주 68시간 근로제처럼 활용돼 온 근로시간법제의 왜곡된 관행을 개선하고자, 연장근로의 틀 안에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를 일원화하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주 52시간 상한제가 비록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시간에 관해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적이므로,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의 자유와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입법자의 정책판단에 대한 위헌 심사를 할 때에는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화된 심사를 해야 한다”면서 “이 결정은 근로시간법제와 같이 다양한 당사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역할을 존중해 위헌심사를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