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연간 매출 0.5% 수준 과징금
뉴욕증시, 애플 주가 3% 안팎 급락
EU, 빅테크 독점 여부 광범위 조사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애플 연간 매출의 0.5% 수준에 해당한다. 이를 시작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유럽의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EU 경쟁 당국은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규모는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 애플 전 세계 매출의 0.5%에 해당한다.
EU 과징금 부과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3% 안팎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과징금 부과 결정 이후 유럽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빅테크 기업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블룸버그통신은 "EU 집행위가 규제를 통한 빅테크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추진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블록 내 이들 기업의 지배력 해체가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애플은 2020년 프랑스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결국, 반복된 재판 끝에 3억7200만 유로(약 5400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개별국가가 아닌 EU 집행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결정에 관련 업계와 자본시장은 출렁였다. 과징금 부과는 일부 예고됐으나 시장에서 예상했던 과징금 5억 유로(약 7200억 원)의 3배가 넘는 한편, 집행위가 역대 부과한 반독점법 위반 관련 과징금 규모로는 세 번째로 큰 액수이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계(OS)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43억4000만 유로를, 앞서 2017년에는 온라인 검색 때 자사 및 자회사 사이트가 우선 검색되도록 했다며 구글에 24억 유로의 과징금을 결정한 바 있다.
다른 빅테크 기업에 대한 EU의 압박도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규정 위반이 최종 판단되면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투자한 스타트업과의 관계에 대해 조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U 집행위는 오픈 AI에 이어 MS가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과 체결한 파트너십에 대해 반독점 위반 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반독점법 위반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2022년 12월 경쟁 업체도 자사 제품과 동등하게 아마존 플랫폼에 노출하는 등의 조건에 합의했다.
오는 7일부터 EU에서는 디지털시장법(DMA) 본격 시행되면서 빅테크의 입지는 더욱 약화할 수 있다.
애플의 과징금에 대해 EU 집행위는 "애플이 다시 이를 위반하거나 다른 기술 기업이 유사한 위반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추가 일시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U의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한 조사가 진행하면서 빅테크 일부도 몸을 낮추고 있다.
먼저 애플은 유럽 아이폰 이용자가 애플의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결제 수단도 '애플 페이' 이외에 다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애플은 이날 EU의 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이라는 명목하에 디지털 음악 시장의 폭주하는 선두 주자인 유럽 기업의 지배적 지위를 확고히 해준다"며 "스포티파이는 유럽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번 조사 과정에서도 EU 집행위와 65차례 만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