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완판 vs HL디앤아이한라 0건…회사채 흥행 ‘극과 극’ 왜?

입력 2024-03-0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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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채무 상환을 위해 공모채 시장에 등판한 건설사들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우수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우량채에는 투자자들이 크게 몰렸지만, 비우량채는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자금 조달 성패가 갈린 것이다. 건설채에 대한 투심이 너그럽지 않은 상황인 만큼 PF 리스크가 높은 비우량 건설사들의 회사채 흥행은 한동안 어려울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9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2750억 원이 접수돼 목표액의 3배 이상을 확보했다. 트렌치 별로 보면 700억 원을 모집한 2년물에 2300억 원, 200억 원을 모집한 3년물에 450억 원이 각각 접수됐다.

반면 HL디앤아이한라는 7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단 한 건의 매수주문도 받지 못해 전액 미매각됐다. 미매각분은 총액 인수 계약에 따라 공동주관을 맡은 증권사 6곳이 금액을 나눠서 인수했다. 하지만 입찰기관이 없었던 탓에 희망금리 밴드(연 7.5~8.5%) 최상단인 8.5%에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두 건설사가 회사채 시장에서 극명하게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데는 신용등급이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이앤씨(A+)는 우량채로 분류되는 반면, HL디앤아이한라는(BBB+) 비우량채에 속한다.

실제 올해 회사채를 발행한 건설사 가운데 우량채로 평가받는 현대건설(AA-), SK에코플랜트(A-), 롯데건설(롯데케미칼 지급보증·AA) 등은 모집액의 최대 5배를 웃도는 주문을 받아내며 흥행했다. 이와 달리 책임준공형 신탁 이슈와 맞물려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된 한국토지신탁은 총 1000억 원 모집에 380억 원 주문이 들어오며 미달됐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등 덩치가 크고 공종이 다양한 업체들을 중심으론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다"며 "우량채들은 손실 흡수력이 높고 부동산 PF 이슈에서 타 업체 대비 자유롭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고금리 메리트도 투자자를 끌어당긴 요소다. 최근 건설채는 대부분 민평금리 대비 높은 금리 밴드를 제시하고 있다. 수급 주도 강세장에서 수익성을 기대한 기관 투자자들이 매수에 적극 나서면서 오버부킹으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일례로 오버부킹에 성공한 포스코이앤씨는 금리 상단을 민평 금리 대비 최대 +50bp로 높게 제시했다.

다만 증권업계는 비우량 건설사들의 공모채 흥행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높은 신용등급과 대기업 계열 지원,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리스크를 분산한 대형사에 비해 PF, 부채 등에 대한 부정적 노출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정 연구원은 "올해 BBB급 건설사들은 공모채 흥행이 여의치 않을 것이다. PF 이슈 등으로 건설채에 대한 투심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사모채 시장에서 기관과 직접 자금을 조달하거나, 은행 대출로 선회하는 등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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