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신흥국들도 원자재가격의 급등, 공급망 교란, 유가 급등 등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달러의 강세가 문제다. 미국 통화는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평가절상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동의 불안 등 불확실한 위기 상황에서 달러는 안전자산으로서 훌륭한 피난처가 되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 달러는 더욱 평가절상되었고 반대로 신흥국 통화는 평가절하되었다.
통상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 신흥국에서 유동성이 부족하게 된다. 왜냐하면 많은 신흥국들은 미국 달러로 빌린 부채 즉, 달러 채무를 불리한 고환율로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는 필수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재화 및 용역의 수입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특히 자국 내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신흥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강달러 추세가 유지되면 종종 자본도 더 나은 수익을 위해 국제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투자자는 달러 투자에 대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신흥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흥국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투자가 부족해지면 경제 성장이 타격을 받아 추가적인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신흥국들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강달러가 지속되면 많은 신흥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작년에 신흥국 주가지수는 선진국 주가지수보다 훨씬 저조한 성과를 냈다. MSCI 신흥시장 지수(MSCI Emerging Market Index)는 24개 신흥국에서 크고 작은 기업 1440개 주식의 가격변동을 반영한다. 2023년에 이 지수는 4%도 상승하지 못했다. 반면에 미국 S&P 500지수는 약 20%나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 연준이 올해 중후반에 금리를 인하하려는 정책은 신흥국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달러는 금리인하 조치로 인해 평가절하될 수 있고, 시간을 두고 유동성은 신흥국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MSCI 신흥시장 지수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금리 하락에 대한 전망이 신흥국의 주식시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2023년 연간 지수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11월 이후에는 비교적 크게 상승할 수 있었다. 이 지수는 2023년 1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약 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에서 물가 하락에 따른 금리 인하 논의가 탄력을 받은 동시에 강달러 추세가 정체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리하면, 예상대로 2024년에 미국의 금리가 실제로 하락하고 그 결과 강달러 모멘텀이 약간 둔화된다면 신흥국의 주가지수는 2023년보다 2024년에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다만 많은 신흥국에 잠재된 정치적 위험을 고려한다면. 신흥국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비중은 전체 자산의 10% 이하가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