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국 2위 미국…한국은 ‘0명’
판교 타운하우스 단지 설계 등 한국과도 깊은 인연
미국 하얏트재단이 5일(현지시간) ‘건축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로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을 선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상금은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다.
심사위원단은 이날 성명에서 “야마모토는 건물이 개인 소유일지라도 공공의 기능을 갖추게 했다”면서 “강하고 일관된 건물의 품질과 함께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삶과 사회적 관계를 품위 있게 제고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AP는 야마모토 수상자가 50여 년간 주택, 박물관, 학교, 공항센터, 소방서 등 민간ㆍ공공건물을 설계하면서 단순한 형태의 기하학을 활용해 공동체 정신을 부각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사적 공간을 줄이고 공용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역사회권’이라고 개념화하기도 했다.
야마모토는 “건물을 주변과의 맥락에서 디자인했다”며 “더 나아가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했다”고 자신의 건축 철학을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2000년 설계한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는 전면, 내부 벽, 바닥이 모두 유리로 됐다. 이 건물은 대중에게 좀처럼 볼 수 없는 소방관의 일상 활동을 체험하도록 초대한다. 그 결과 통행인들은 자연스레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사람들과 뜻을 함께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공무원과 봉사하는 시민들 사이에 상호 헌신이 유도됐다.
이외에도 도쿄 훗사 시청, 요코스카 미술관, 나고야 조형대학, 스위스의 취리히 공항의 더 서클, 중국 톈진 도서관 등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야마모토의 건축물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2010년 경기도 성남시 연립주택단지인 ‘판교 하우징’ 국제공모 프로젝트에 핀란드의 페카 헬린, 미국의 마크 맥 건축가와 함께 최종 선정돼 참여했다. 그가 설계한 판교 타운하우스는 3~4층짜리 복층인데 1층은 사실상 투명해 실내 및 실외 요소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건물 간의 상호 작용을 촉진한다.
타운하우스 거주자들의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된 것이다. 다만 판교 타운하우스는 초기에 미분양되는 등 그의 시도는 국내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야마모토는 AP와의 수상 소감 인터뷰에서 “곧 79세가 된다”면서 “이 상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내 말에 더 귀를 기울일 거 같다. 아마도 전보다 더 쉽게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거 같다”고 기뻐했다.
야마모토는 1945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일본 요코하마로 이사했다. 니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도쿄예술대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아내와 함께 건축사무소인 ‘리켄 야마모토&필드샵’을 세웠다.
하얏트재단은 1979년부터 매년 프리츠커상을 수여해왔으며, 야마모토는 53번째 수상자다. 이로써 일본은 8회에 걸쳐, 9명이 수상함으로써 세계 최다 프리츠커상 수상자 배출 국가가 됐다. 국가별 수상자 수 2위는 8명을 배출한 미국이며, 한국인 수상자는 현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