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과 맞물려 매년 매출 상승...롯데, 신세계, 신라, 현백 등 마케팅 강화
해외 출국자의 주류 면세 한도가 확대된 지 1년 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면세점업계가 늘어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매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주류 중에서도 특히 단가가 높은 고급위스키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중가보다 합리적인 가격이 강점이 면세 주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가 크다. 게다가 정부가 또 한번 주류 면세 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업계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11일 관세청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9월 여행자 편의 증진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주류 면세 한도액과 수량을 확대하는 내용의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외여행자가 국내로 들여오는 주류 휴대폼의 면세 한도를 기존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이고 주류 개수도 한 병에서 두 병으로 늘렸다. 즉, 1병당 400달러에 2리터(ℓ) 이하, 최대 두 병 기준 충족 시 주류 면세 혜택이 적용된다.
주류 면세 혜택이 늘어나면서 1년 6개월 간 면세품 쇼핑 목록에도 변화가 컸다. 여전히 업계에서는 해외 명품 패션, 화장품, 향수 카테고리의 인기가 높다고 보지만, 주류 면세 한도가 확대되면서 주류의 인기도 폭증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전체 매출 중 화장품과 향수 상품군이 50%, 술·담배가 25~30%가량 차지한다”면서 “엔데믹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 지난해 면세 한도액과 수량이 늘어난 데다 위스키 인기가 맞물리면서 주류의 매출과 비중이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MZ세대에서 믹솔로지(하이볼 등 섞어마시는 술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는 해외 관광 시 필수로 사야 할 면세품이 됐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1월 주류 카테고리 매출은 면세 한도 확대 시점인 2022년 9월에 비해 300%가량 폭증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주류 카테고리의 2월 누적 매출은 2022년 동기 대비 2500%나 대폭 늘었다.
면세점업계는 주종을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주류 고객’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7일부터 온라인에서 위스키 기획전을 열고 가성비 상품부터 발렌타인 30년산과 조니워커 킹조지 5세 등 하이엔드 위스키까지 구색을 강화했다. 또 구매금액대별로 주류 전용 적립금(최대 55달러)을 제공하고, 인기 브랜드를 최대 55% 할인 판매한다. 특히 최근 일본 여행 시 필수 구매 품목으로 떠오른 사케 브랜드 제품도 새로 선보였다. 전 세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일본 사케 브랜드인 ‘닷사이(Dassai)’가 3월 중 롯데면세점 온라인 채널에 단독 입점한다. 여기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김포공항 면세점 DF2(주류·담배) 사업자로 최종 선정돼, 주류 판매 확장에 날개를 달게 됐다. 주류 제품은 마진율이 높아 알짜배기 상품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롯데면세점의 주류 매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1월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에 새로 오픈한 주류 매장에서 총 60여 개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글렌피딕 50년’ 등 고연산 위스키부터 샴페인까지 약 900종을 선보이며, 이 중 20여 종의 위스키를 단독 판매한다. 특히 ‘하우스 오브 위스키(House Of Whisky)’ 편집숍을 마련해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등 세계 5대 생산국 위스키 브랜드와 국내 위스키 제품 라인업도 갖췄다. 신세계면세점은 향후 희소성 있는 상품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12월 온라인 주류 플랫폼 1위 업체 ‘데일리샷’과 전략적 사업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판매 확대에 나섰다. 20~30대 젊은층과 남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데일리샷과 협약을 통해 고객층을 넓히고, 주류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면세점 최초로 휴대성이 간편한 프리미엄 칵테일 브랜드 ‘니오’를 론칭했다. 또 동대문점에선 23일 ‘꼼데그라스 시음회’를 연다. 온라인몰에선 위스키 2병 구매 시 50% 할인하는 ‘세계 주류 기획전’도 진행 중이다.
한편 관세청은 지난해 주류 면세 한도를 늘린 데 이어 올해 추가 확대를 추진 중이다. 기존엔 미니어처 양주, 소형 맥주 등이 1병으로 간주돼 2병 제한인 현행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관세청은 미니어처 주류를 면세 수량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류 면세 한도가 중국 하이난 등 해외 면세점 대비 현저히 낮아, 국내 면세점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주류 상품 매출이 신장하는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현행 1병당 400달러도 너무 낮다. 정부의 면세 한도 확대 행보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