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요자 대다수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기관에 상당 부분을 의존한다. 다달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려 허리띠를 졸라매는 '웃픈' 상황을 빗댄 "아직은 은행 집이야"란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은 사업가, 연예인 등 수십억 원 이상의 집을 현금으로 사는 자산가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들은 풍부한 현금 보유량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주택 시장의 '큰 손'으로 여겨지는 우량 고객으로 등판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지만, 하이엔드 시장은 현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강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용산구 한남동, 성동구 성수동 등 하이엔드 주택이 밀집한 곳을 중심으로 실거래가 50억 원 이상을 현금으로 매매하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먼저 한남동은 다수의 스타로부터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이 지역은 유엔빌리지를 중심으로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장학파르크한남' 등 초고가 주택이 대거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부촌이다.
블랙핑크 제니는 한남동에 위치한 고급 빌라 '라테라스 한남'을 50억 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라테라스 한남은 지하 3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5개 타입으로 15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프라이빗 빌라다. 제니가 매수한 타입은 5개의 방과 3개의 욕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나인원한남은 BTS(방탄소년단) RM과 지민이 각각 63억여원, 59억 원에 현금으로 거래했다. 이곳에는 기업 총수와 정·재계 인사, 셀럽 등이 다수 살고 있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부촌은 성수동이다.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고가 주택이 나란히 들어서며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갤러리아포레의 경우 가수 지드래곤, 배우 김수현 등이 거주하고 있다. 배우 전지현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펜트하우스를 130억 원에 매입했는데, 모두 현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숍이 즐비한 청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수능 '1타 강사'인 현우진은 2022년 250억 원에 달하는 분양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하고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을 매수했다. 이곳에는 장동건, 고소영 부부 등이 거주하고 있다. 가수 아이유 역시 청담동의 초호화 고급빌라인 '에테르노 청담'의 분양대금 130억 원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하고 집주인이 됐다.
마포구 서교동도 뜨겁다. 가수 임영웅은 지난해 서교동에 위치한 '메세나폴리스' 펜트하우스를 51억 원에 현금으로 거래했다.
이밖에 고급 주택은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고급빌라인 ‘루시드하우스’ 전용면적 244.53㎡는 최근 108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거래(2022년 3월)인 98억5000만 원보다 10억 원이 오른 신고가 기록이다.
50억 원 이상의 초고가 주택시장은 금리 등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초고액 자산가들을 주된 타겟으로 움직인다. 매수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는 풍부한 반면, 공급량은 적다. 고가 주택보다도 월등히 높은 100억 원을 상회하는 가격대로 진입장벽도 두텁다. 매수자들은 대개 외부인과 외부차량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프라이빗 서비스를 원한다. 또한 투자보다는 지위를 과시하는 용도나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주택을 매수하기도 한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초고가 단지들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타겟층은 주택 구매 시 금리나 시장 흐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슈퍼 리치들"이라며 "이들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원하는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현금으로 빠르게 매수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