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장관 공언했지만…진도 안나가는 공사비 해법

입력 2024-03-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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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열린 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사비 갈등에 대한 해법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대책 발표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공공공사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관련 부처 설득에 난항을 겪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공공공사비 인상 등의 방안을 두고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박 장관의 공사비 해결 약속을 이행하기 하기 위해서다.

당시 박 장관은 건설업 유관단체와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착공했거나 계획 중인 공사들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도록 정부 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생산적인 답을 얻도록 하겠다"며 "기본적으로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 문제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해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오른 원자잿값과 임금 상승 등을 고려할 때 공사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가격 등의 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작년 말 153.26으로 3년간 25.8% 올랐다.

박 장관이 해법 마련을 공언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 제시된 것은 없다. 그사이 공공공사가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대보건설은 이달 초 세종시 집현동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18공구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공사비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보건설 측은 공사비 750억 원 현장에서 300억 원 인상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공사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민간 정비사업은 이미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비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채 분쟁 현장만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국토부가 공사비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한 배경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토부는 추진 의지가 명확하지만, 기재부와의 협의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고위직 관계자는 "국토부와 기재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 사이에서는 공사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기재부 실무자들이 공사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사비를 올려주려고 해도 기재부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계속해서 조율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비가 원자잿값 급등 영향으로 상승한 것은 맞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수준에서 반영할지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협의하고 있다"며 "건설업계는 물론 국가 예산과 관련이 있기에 관계부처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조속한 공사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이 지났기 때문"이라며 "원자재 가격이나 근로자 임금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건설사들이 자금을 조달할 방법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적자 공사를 더는 이어가기 힘든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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