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TC “이더리움도 상품” vs SEC “타인 노력 통한 수익 기대있으면 증권”
쟁글리서치, “관할권 따라 영향력 커져…이더리움 ETF에도 영향 있을 것”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순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더리움의 증권성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상품임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규제 당국인 상품선물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알트코인 대장주인 이더리움의 증권성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현지시각) 로스틴 베넘 CFTC 위원장은 미국 하원 농업위원회 청문회에서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도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청문회 자리에서 베넘 위원장은 “가상자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중심의 가상자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미 하원 농업위원회 등에서 통과됐으나 본회의 표결이 진행되지 않아 계류 중인 ‘21세기를 위한 금융 혁신 및 기술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충분히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를 지닌 가상자산의 경우,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넘 위원장은 미 하원에 “법안이 통과되면 12개월 안에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베넘 위원장이 이더리움을 상품이라고 주장한 같은 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이 증권이냐?”는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겐슬러 위원장은 “우리는 이더리움 현물 ETF 신청에 대한 서류 심사 중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면서도 “(증권성은) 투자자가 타인의 노력을 통한 이익 기대에 대한 사실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며 하위테스트 요건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상자산은 매우 변동성이 높은 자산이고, 이에 대한 투자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면서 “지난 며칠간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보라”고 덧붙였다.
미 SEC와 CFTC는 가상자산에 대한 관할권을 사이에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두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 규제권을 가져가려는 것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규제를 통해 관할권이 넓어질 경우, 자국 내 금융 정책 전반에 대한 영향력은 물론 국경 없이 거래되는 가상자산 특성상 전 세계 금융 정책에서도 영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종현 쟁글리서치 연구원은 “두 기관이 가상자산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전 세계 금융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겐슬러 SEC 위원장과 베넘 CFTC 의장의 개인적인 업적 달성 목적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가상자산이 어떻게 분류되느냐는 투자자와 가상자산 프로젝트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다. 어느 기관의 규제를 받느냐에 따라 규제 강도 등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SEC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CFTC는 그보다는 업계 친화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진 연구원은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정의될 경우, 발행 주체는 SEC에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가상자산이 증권 중에서도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어디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도 없다”면서 “반면 상품으로 분류될 경우에는 법적 지위, 거래 기준 등이 보다 명확히 규정될 수 있고 거래가 비교적 자유롭다”고 그 차이점을 설명했다.
진 연구원은 이더리움의 증성권 여부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이더리움을 상품으로 분류한다면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승인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면서도 “이더리움은 ‘제3자의 노력에 의한 수익 기대’나 ‘이더리움 재단’이라는 명확한 발행 주체의 존재 등으로 인해 근시일 내 상품으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포춘 크립토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1일(현지시각) 코인베이스 전 직원의 내부자 거래와 관련한 소송에서 ‘거래소를 통한 코인의 2차 판매도 증권성이 있다’는 판결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7월 리플 판결에서 나온 ‘직접 판매는 증권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거래소에서의 2차 판매는 증권성이 없다’는 판결과 정반대의 판결인 만큼, 당분간 가상자산의 증권성 시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