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산업에도 악영향…스타트업 자금 조달 급감
새 불씨 된 CRE 채권…내년까지 1조 달러 만기 도래
일각선 ‘우려 과도’ 지적도
SVB는 1년 전 바로 이날 고금리 여파로 파산했다. 뒤이어 시그니처은행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까지 무너지면서 제2의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사태는 일단락됐고, 당초 우려했던 신용경색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은행의 어려움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미국 상위 6개 지역은행 순이익은 전년보다 15~38% 감소했다. 상장된 지역은행의 시가총액은 최근 1년간 약 8% 감소했는데, S&P500지수 시총이 같은 기간 26%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달 초에는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경영진이 내부 대출 심사와 관련해 중대한 취약점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뒤 주가가 무려 26%나 폭락하기도 했다. 지역은행 주가는 다른 유형의 금융기관에 비해 변동성이 큰데, 이는 투자자 우려가 여전한 것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지역은행에 대한 신뢰 불안은 기술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도 작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이 2018년 이후 최악을 기록한 것이다. 리서치회사 피치북에 따르면 2023년 벤처 투자가들은 약 1만5000건의 거래에 1706억 달러(약 224조 원)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0% 급감한 수치다.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이 새로운 은행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1월 NYCB가 실적 발표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로 작년 4분기 예상치 못한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혀 이 같은 우려를 부채질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의 CRE 대출채권은 1조 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70%를 중소 지역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시황 악화 등으로 부실 채권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작년 4분기 미회수된 CRE 채권 잔액은 13% 증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우려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있다. KBW은행지수 등을 만드는 키프브뤼에트앤드우즈(KBW)의 톰 미쇼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4700개 은행 가운데 단 3개 은행만이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되면 은행의 마진과 이익이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밸류에이션이 낮고 배당 수익률이 높은 지역은행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루이스트의 브랜든 킹 애널리스트는 “NYCB로 인한 은행주 이탈은 다양한 대출 장부와 탄탄한 자본 수준을 갖춘 우량 은행을 매수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