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CEO 제재는 금소법상 논리에 맞지 않아...ELS 상품 자체를 부정하는 격"
금융당국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해 은행에 일괄적으로 기본배상비율 20~40%(최대 50%)를 제시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국은 증권사와 달리 은행권에 불완전판매 일괄 지적사항 발견했다며 시스템상 문제를 지적했다. 은행권은 불완전판매 불똥이 최고경영자(CEO) 징계로 이어지지 않을지 노심초사다.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손실과 관련해 배상비율과 함께 판매사에 대한 제재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과 책무구조도 도입(예정) 등 최근 내부통제 관련 제도가 강화되면서 CEO 제재까지 갈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CEO들을 중징계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백브리핑을 CEO제재와 관련해 "현재 단계에서는 제재 수준에 대해 말할 정도의 절차가 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 수준에 대한 검토가 끝나야 말할 수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과거 DLF와 관련해 소비자관련 법규가 강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제재나 절차 진행에 있어서 감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현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있고 '준수 의무'가 없어 법원과 금융당국 간 다른 판단을 내놓은 점, 조직적·반복적 금융사고의 책임을 CEO에 물릴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아직 시행 전이란 점 등 때문에 제재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도입 전 상황이고 금소법에 의거한 제재의 경우 이미 검사 결과 밝혀진 불완전판매에 대한 직원 제재 외에 CEO를 비롯한 임원까지 확대한다면, ELS라는 상품이 라임이나 옵티머스와 같이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면서 "현재도 은행에서 계속 판매하고 있는 만큼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소법에서 요구한 표준 판매 프로세스를 준수한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녹취, 자필서명 등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하게 돼 오히려 보상을 못받을 수도 있다"며 "현재는 분쟁 전 가능한 금융권의 자율배상을 권유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금소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조 단위 과징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소법에 따르면 은행 전반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될 경우 과징금을 판매 금액의 최대 50%까지 부과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8조8000억 원에 달한다. 다만, 금융회사가 과징금 등 제재 확정 전 자율적으로 배상에 나설 경우 과징금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배상안 발표에 앞서 "소비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제재·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배상비율이 이해 상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정 횟수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정한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대야 한다”며 “20회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차감하기로 했는데, 20회와 50회 가입자들 중 어느 쪽이 더 ELS에 대해 익숙한지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비율에 따르면 ELS 가입 횟수가 20회를 초과하는 경우부터는 배상비율이 낮아진다. 지연 상환이나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경험, 손실 경험 횟수에 따라서도 배상비율이 깎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