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커다란 트럭 뒤에서 나오는 연기예요. 유치원 앞에서 봤어요.”
한 유치원의 미술 시간.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크레파스로 저마다 예쁜 자동차를 그린다. 그런데 한 아이는 스케치북에 검은색 크레파스를 마구 칠하고 있다. 이유를 묻는 선생님의 물음에 아이는 ‘연기’라고 대답한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 가스를 본 것이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나도 봤다”는 아이들의 대답이 이어진다.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이 검은 매연이 아닌 파란 하늘을 보며 자라날 수 있도록”
어른보다 배기 가스를 더 가까이서 보았을 아이들의 대답에 가슴이 철렁해진 순간. 영상은 이 같은 문구와 함께 기아가 배기 가스 저감을 위해 펼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보여준다. 저소득층 노후 경유 차량 배기 가스 정비 지원 활동과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사업 등은 모두 아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기아의 노력이다.
환경 문제를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으로 담아낸 이 영상은 기아의 ‘체인지 더 컬러스(Change the Colors)’ 캠페인 영상이다. 이 광고는 최근 발표된 ‘2024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에서 디지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비자가 직접 심사하는 광고제로 광고주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광고상으로 알려졌다.
‘체인지 더 컬러스’ 캠페인은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 이노션이 제작했다. 이노션은 해당 광고제에서 대상을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1개, 한국광고주협회상 1개, 좋은 광고상 7개를 받아 국내 광고회사 중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본지는 ‘체인지 더 컬러스’ 캠페인의 기획을 총괄한 송영준 이노션 BX2본부 1팀장을 인터뷰했다.
송 팀장은 대상 수상의 비결을 묻는 말에 “브랜드의 진정성을 잘 담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전동화 전환의 바탕에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개선, 특히 배기 가스 저감이라는 가치가 있음을 환기하고 이를 위해 실제 노력을 지속해 온 진정성 있는 기아의 모습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기획 과정에서는 고민도 많았다. 배기 가스 저감에 대한 이슈를 내연기관 차량을 수십 년간 판매한 브랜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인가에 대해 자문했다. 만약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린 워싱’ 소지가 생길 우려도 있었다. 그린 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기아와 소통하며 진정성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송 팀장은 “기아의 광고 담당자와 함께 여러 부서와 미팅을 하면서 작지만 꾸준히 배기 가스 저감을 위해 노력해온 기아의 활동이 있었단 걸 알게 됐고 이를 확대하기 위한 브랜드의 진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캠페인으로 제작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체인지 더 컬러스’ 광고 영상은 유튜브에서 461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광고 영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누리꾼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손녀를 생각나게 하는 따뜻한 광고다’, ‘기아의 노력이 아이들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등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송 팀장은 “이번 광고는 목표 대상이 좁혀져 있는 제품 광고가 아니라 폭넓은 대중에게 공감을 얻기 위했던 캠페인이었다”며 “소비자들이 저희가 기획했던 바를 알아주신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아의 이번 캠페인처럼 자동차 브랜드들의 광고 방식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자동차의 성능과 디자인에 중점을 둔 광고가 많았다. 길게 뻗은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을 담은 자동차 광고는 천편일률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광고는 제품 자체보다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송 팀장은 “저희 부서의 이름으로도 설명할 수 있겠다. 부서 이름이 예전에는 광고기획팀이었지만 현재는 BX(Brand Experience)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며 “즉 브랜드의 경험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이 주요 업무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를 보지 않더라도 자동차의 성능이나 디자인에 대해서 알 방법은 많아졌다. 오히려 광고보다도 더 세부적인 정보를 기사,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건 브랜드가 만든 콘텐츠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송 팀장의 설명이다.
송 팀장은 “고객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성능 사양이나 디자인 외에 선택할 만한 브랜드 감성을 광고에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자동차 브랜드의 위상이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도 브랜드 감성 중심의 광고를 할 수 있게 된 배경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