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1년여, 그 해 상반기로 잡았던 토큰증권 법제화 목표 시점을 넘긴지 반년여가 지났다. 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들도 토큰증권 인프라 선점을 위한 구축에 나섰다. 한국거래소(KRX)의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시범운영이 진행되면서 올 한해는 토큰증권의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조각투자 시장 본격화…STO 개화 초읽기
13일 조각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조각투자시장 신규 청약건은 총 15건으로 파악된다. 이중 5건이 완료됐고, 10건은 공모가 진행중이거나 예정된 상태다.
지난해 말 최초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이 발행된 이후 부동산과 음악을 중심으로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의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들은 카사(그레인바운더리빌딩)와 소유(신도림 핀포인트타워) 등이 새로운 상업용 부동산 공모 진행을 발표한 상태다.
업계에선 부동산이 향후 STO기초자산의 주요 시장이 될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세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등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험이 축적된 투자자가 많고, 다른 기초자산들에 비해 단가가 높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KRX 거래소가 출범할 경우 대규모 발행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종계약증권의 자기자본요건 기준이 30억 원 이상인 만큼 30억 원 미만의 STO공모는 장외거래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KRX를 통한 거래는 30억원 이상의 대형 공모를 중심으로 이뤄질 거란 관측이다.
음악수익증권을 발행 중인 뮤직카우는 NCT드림 ANL을 기반으로 한 수익증권 발행을 시작으로 이달에만 5곡의 신곡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진행한 NCT드림 ANL과 #안녕, 너의 번호를 누르고 건은 성황리에 완료됐다.
뮤직카우는 향후에도 음원 관련 조각투자를 독점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을 통해 수년간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왔고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만큼 다른 신규 사업자들이 새롭게 뛰어들기에는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적재산권은 현물에 비해 가치평가가 까다롭다. 그나마 음원은 음원저작권협회를 통해 정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금흐름할인모델(DCF)을 통한 가치평가가 가능한 구조”라며 “퍼블리싱 업체들이 연계를 통해 조각투자 플랫폼을 구성할 경우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뮤직카우의 독점적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에선 5건의 공모가 나왔다. 다만 아직까지는 완판 등 흥행 열기가 부족한 상태다. 열매컴퍼니 최초 미술품 조각투자 상품 출시했으나 실권주 18%가 발생했다. 서울옥션블루는 13%, 투게더아트는 4% 실권주 발생해 미달 사태가 났다.
향후 미술품 거래 시장의 파이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시장의 몸집은 나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옥션 거래액은 연간 1535억 원에 그쳤으나 올해 각 업체들의 발행 계획에 따르면 최소 450억 원에서 최대 700억 원까지 발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사 선점 경쟁 치열…“법안 개정 시 속도 빨라질 것”
국내 금융사들도 토큰증권 시장의 본격 개화에 앞서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토큰증권 플랫폼을 개발중인 코스콤은 대신증권, IBK증권과 플랫폼 이용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최대 라이벌은 KB·신한투자·NH투자증권 3사 컨소시엄으로, 이들은 지난해 ‘대형 증권사 공동 인프라’ 구축에 합의했다.
교보증권은 최근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 운영사인 루센트블록과 토큰증권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기초 상품을 사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하나증권은 프린트베이커리와 루센트블록, 피나클, 오아시스 비즈니스 등과 조각투자 서비스 관련 업무협약을 활발히 체결했고, 한국투자증권은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와 MOU를 맺었다.
심수빈 연구원은 “만약 상반기 중 분산원장 인프라 구축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법안 개정 시 토큰 증권 시장의 구성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올해 중 토큰 증권 제도화를 위한 법안 개정은 불확실한 상황이나, 발행 및 유통 사례가 누적되기 시작한다면, 토큰 증권 생태계를 구성할 주요 주체들이 기술적인 부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정성욱·윤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