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생산목표, 120만대로 축소
도요타, 지난해 판매 2% 줄어
한국, 작년 시장점유율 1.6% 그쳐
해외 무대서도 중국 도전 직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정부 주도로 현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토종업체들이 약진하면서 해외 저명 자동차업체들이 수렁에 빠졌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닛산은 중국 생산을 약 30% 감축하기 위해 현지 합작사와 조율에 나섰다. 혼다 역시 20% 수준 감산을 고려 중이다.
중국은 자동차산업 활성화 초기, 한국과 일본, 독일 등 외국계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분 50대 50의 합작사 설립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웨이다기아’가 이런 맥락이다.
닛산도 둥펑닛산을 앞세워 중국에서 사업을 전개해 왔다. 공장 8곳을 짓고 연간 160만 대의 생산능력까지 갖췄다. 그러나 지난해 판매 대수는 약 80만 대에 그쳤다. 공장 가동률도 50% 수준에 머물렀다. 둥펑닛산은 올해 중국 생산을 전년 대비 30% 더 줄인다. 8곳의 공장 가운데 1~2곳은 매각 또는 폐쇄를 검토 중이다.
혼다 역시 올해 중국 생산목표를 20% 감소한 120만 대로 잡았다. 애초 생산능력은 150만 대 수준이었다.
4년 연속 글로벌 연간 판매 1000만 대를 기록해온 도요타마저 작년 중국 판매(약 196만 대)는 전년보다 2% 줄었다.
일본차의 중국시장 부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저가 공세가 시작된 가운데 현지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개편됐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다. 팔 수 있는 전기차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쓰비시자동차는 작년 10월 중국에서 아예 철수했다.
중국시장에서 일본차의 전성기는 2020년이었다. 높은 품질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국가별) 20%를 차지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지녀온 독일 폭스바겐을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크게 낮아졌고, 이후 이를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중국 국내 승용차 판매에서 현지 브랜드 비중은 56%까지 커졌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 비중은 약 30%에 이른다.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 기업들도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마크라인즈 분석에 따르면 국가별 작년 중국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2019년 대비 3.1%포인트(p) 떨어진 1.6%에 머물렀다. 독일도 6.4%p 하락한 17.8%에 머물렀다.
닛케이는 “닛산 전체 판매 가운데 중국 비중이 20% 이상, 혼다는 약 30%에 달한다”며 “중국 판매 실적에 따라 전체 연간실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글로벌 업체들은 중국에서의 침체만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자동차 수출 대수로 일본을 누르고 처음으로 세계 선두가 됐다. 중국은 경쟁이 치열한 자국 시장에서 전기차와 IT 기술을 연마해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저렴한 전기차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수출 확대는 국내의 과도한 생산능력을 완화할 목적도 있다. 세계 무대에서도 저가의 중국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위기에 놓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