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빅테크엔 저자세로...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
플랫폼 및 스타트업 위축...국가 아젠다 고민 필요
“구한말 관군이 일본군 손을 잡고 동학 농민을 때려잡는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현재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서울 교대역 인근 공유오피스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부와 구글, 국내 스타트업을 각각 관군, 일본군, 동학 농민에 비유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정부는 스타트업 편이 아니다”라면서 “작년부터 네이버, 카카오에 대한 규제가 굉장히 세지면서 정부에서 카카오 자회사 수가 많다고 줄여야 한다는 코멘트가 나왔는데 이로 인해 스타트업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할 중요한 창구 하나가 닫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스타트업에서 혁신이 일어나기는 어려워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시도하다 무기한 연기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은 플랫폼과 소상공인의 구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제정을 추진하다 보니 생긴 시대착오적인 법안”이라며 “구글과 같은 빅테크는 처벌하지 못하고 국내 플랫폼만 두드려 패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구글의 조세 회피와 국내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했다. 전 교수는 지난해 강형구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구글의 경제 효과 보고서에 근거해 구글 코리아의 매출과 법인세를 추정하며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에 대해 공정한 조세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제시했다.
전 교수가 추정한 구글코리아의 매출은 3449억 원이라는 감사보고서 수치의 최대 30배인 10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세도 실제 납부한 169억 원의 26배 수준인 4402억 원이다. 그는 “구글이 국내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한국경제에 조 단위 규모로 기여한다고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해당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심각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검증하기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국내 산업에 이바지하는 것과 세금을 안 내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는 구글에 대해 굉장히 저자세”라며 “실제로 구글에 대해 규제 스탠스를 취하면 미국 상무부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부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 강하게 규제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전 교수는 과거 구글과 애플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인앱결제를 강제하자 국회에서 통과시킨 ‘인앱결제강제 금지법’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미 상무부가 규제를 강화하면 안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줬지만 제3자 결제가 허용됐다”면서도 “당초 30%에 육박했던 수수료가 10~15%까지 낮아지길 기대했는데 제3자 결제의 경우 수수료를 4% 낮추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국회가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을 통과시키자, 구글플레이 내에서 인앱결제와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제3자결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우회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제3자 결제를 할 경우 신용카드 수수료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구글이 우회적으로 인앱결제를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사실상 규제를 무력화했다는 평이 나왔다.
전 교수는 실질적으로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각국 정부들과 구글세 등에 대해 테스크포스(TF)를 돌려서 공조를 할 수 있지만 자국 플랫폼이 있는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덴마크의 경우 실리콘밸리에 IT 대사를 파견하는 제도를 시행해 빅테크 본사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덴마크 정부는 IT 대사를 실리콘밸리에 파견해 애플, 구글 메타 등 끌로벌 플랫폼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국가 차원의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전 교수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중소상공인을 위해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이로 인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망가지고 플랫폼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중장기적으로 진흥과 규제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국가적인 아젠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