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한전KDN 감사 결과…"한전KPS, 협력회사 평가 기준 과도 운영"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전KDN이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한전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하고, 수주한 사업을 하도급하면서 특정 업체가 입찰담합을 통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확인됐다. 또 다른 한전 자회사인 한전KPS는 평가를 거쳐 미리 등록된 외부 협력회사에 하도급하면서 협력회사 등록 평가 기준을 과도하게 엄격히 운영해 경쟁을 제한했다.
감사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한전KPS·한전KDN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한전KPS(전력설비 정비), 한전KDN(전력정보시스템 구축·유지보수)의 계약관리, 예산집행, 인사 및 복리후생 등 기관운영 전반의 적정성과 함께 불법 하도급, 입찰담합, 경쟁 제한 등 입찰·계약 분야를 집중 점검해 경영 효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한전KDN은 들러리 업체를 내세우는 방법으로 입찰담합해 한전 발주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전KDN 부장 A 씨는 지난 2022년 9월 한전이 발주한 '비정형 데이터 스토리지 자재' 입찰에 한전KDN이 단독 응찰해 유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업체 B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으로 B의 부장과 합의했다. B의 부장은 A 씨의 부탁을 들어주면 영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10월 B는 한전KDN의 투찰금액(9억6000만 원)보다 높은 금액(9억9000만 원)으로 써냈고, 더 낮은 가격으로 써낸 한전KDN이 계약금 9억6000만 원에 낙찰자로 결정됐다. 감사원은 한전KDN과 B가 '입찰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을 위반해 부당한 공동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전KDN은 사업자 간 투찰 여부를 합의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한전KDN은 지난 2012년 한전과 계약금 22억 원에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 수행을 위해 다음 해 8억3000만 원 규모의 'Hitachi 스토리지 외 3종' 사업을 업체 C에 하도급 발주했다.
한편, 한전KDN 부장 D 씨는 사업 능력이 없는 C의 대표이사에게 하도급 사업 과업에 따라 설치해야 하는 물품을 각각 취급하는 3개 업체의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이들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보게 했고, 업체들에는 C에 견적서를 주도록 의견을 전달했다. C의 대표이사는 부장 D 씨에게 한전KDN에 납품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D 씨는 사정이 딱하다는 이유 등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입찰 참여를 계획 중이던 업체들은 부장 D의 의견에 따라 C에 견적서를 제공했다. 이후 C는 입찰에 단독 응찰해 낙찰받았고, 한전에 제품을 설치하는 실제 과업은 3개 업체가 수행했다. 감사원은 C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3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C가 사업을 수주하면 3개 업체에 견적서 상 물품 금액을 지급하고 실제 과업은 3개 업체가 수행하기로 업체 간 합의(입찰담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한전KPS는 평가를 거쳐 미리 등록된 외부 협력회사에 하도급하면서 기술인력 확보 관련 평가 기준을 과도하게 엄격히 운영해 경쟁을 제한했다. 한전KPS는 기술자 보유 등 '기술 능력'을 평가해 일정 점수 이상인 업체를 협력회사로 등록한 후, 고급기술이 필요 없는 정비지원 등 단순업무를 협력회사에 수의계약 또는 제한경쟁 방식으로 하도급하고 있다.
한편, 감사원은 한전KPS가 협력회사가 수행하는 단순업무에 필요한 것보다 높은 수준의 많은 기술인력을 확보해야 등록이 가능하도록 평가 기준을 운용할 경우에 기술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업체가 등록을 위해 인력을 일시 고용해야 하는 등 불필요한 부담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등록 희망업체가 하도급 공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협력회사로 등록될 수 있도록 평가 기준 운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감사원의 표본점검 결과, 등록 업체가 실제로 기술인력을 투입한 공사는 14%(금액 기준)에 불과했고, 업체가 등록 신청 당시 보유했던 기술인력 중 24%는 1년 이내에 퇴사하는 등 등록을 위해 인력을 일시 고용해야 하는 부담이 초래됐다.
감사원은 한전KDN에 입찰 관련 업무를 부당 처리한 관련자 1명에 대해 문책 요구(정직)하는 한편, 앞으로 불법 하도급을 하거나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등을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한전KPS에는 경쟁을 제한하거나 업체에 불필요한 부담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평가 지침을 개선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