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시민단체, “사교육비 또 오를 것” “정책 다시 세워야”
지난해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12조4000억으로 중·고등학생보다 규모가 훨씬 큰 가운데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늘봄학교가 사교육시장 틈을 비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교 사교육비도 전체 사교육비를 견인하는 데 한몫하면서 교육당국은 EBS 학습시스템을 고도화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겠다는 입장이다.
15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4.3% 증가한 12조4000억원, 중학생의 경우 1% 늘어난 7조2000억원이었다.
초등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는 참여학생 기준 46만2000원으로 밝혀졌다. 사교육 참여가 가장 많은 학년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학생 수는 줄었는데 사교육 참여율은 늘어났다.
학교급별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교 86.0%, 중학교 75.4%, 고등학교 66.4%로 전년 대비 초등학교 0.8%p, 고등학교 0.5%p 증가했으나 중학교만 0.8%p 감소했다. 참여시간은 초등학교 7.5시간, 중학교 7.4시간, 고등학교 6.7시간으로 전년 대비 초등학교 0.1시간, 고등학교 0.1시간 증가했고 중학교는 0.1시간 감소했다.
사교육비 증가세는 고등학생에서 두드러졌다. 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7조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8.2% 늘어, 2016년(8.7%) 이후 7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의대 쏠림과 지난해 6월 킬러문항 배제 방침 이후 수능 출제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고교생들이 사교육 업체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백하게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일부 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의대 입학정원 확대 논의가 지난해 본격화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부터 전국 시행되는 늘봄학교가 초등학교 사교육비를 제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맞벌이 등 신청 기준이 있는 돌봄과 달리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누구나 수업 후 2시간 무료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확대 적용된다.
고교 사교육 경감을 위해선 올해도 양질의 EBS 학습강좌를 지속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문제은행, 단계별 추천 시스템 등 기능을 고도화해 학생들의 개인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혼자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교원 및 대학생을 활용해 소규모 화상 튜터링도 함께 지원한다.
한편, 교사 단체와 시민단체는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이번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대해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의 재검토와 보다 종합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늘봄학교에 대해서는 "교육부는 늘봄학교를 통해 예체능 사교육비를 경감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고, 이번 발표된 조사에서도 방과후 학교 참여율이 회복이 지속됐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급감했던 방과후 학교의 참여율이 더디게 회복되고 있을 뿐 늘봄학교 정책의 효과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짚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의대 증원 등 대학 입시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올해 사교육비도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사교육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을 해소할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