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쌓여가고 있다. 특히 전체 주택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대형건설사에서도 청약 미달이 속출하면서 미분양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17일 하나증권이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착공 및 청약을 진행한 대형건설사 6곳 중 청약 미달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업체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해당 기간 3만9351가구를 분양했으며 이 중 약 4240가구가 미달됐다.
단지별로 보면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651가구) △힐스테이트 대명센트럴 2차(723가구) △힐스테이트 천안역 스카이움(771가구) △힐스테이트 두정역(372가구) 등으로 주로 지방에 집중됐다.
이어 대우건설(3만5377가구 중 약 3500가구), GS건설(4만9354가구 중 약 3180가구), 현대엔지니어링(1만6991가구 중 약 3160가구), DL이앤씨(1만5379가구 중 약 1500가구), HDC현대산업개발(1만4387가구 중 약 1100가구) 순으로 미달 가구 수가 많았다.
하나증권은 2월~3월 미분양 지표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1월 착공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늘어난 데다, 최근 청약 결과를 보면 미달 현장이 대다수란 이유에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분양 시장으로만 보면 시장은 나빠지고 있다. 오른 공사비가 분양가에 반영됐지만, 시장에서 그만큼 가격을 받아주지 못하고 있다"며 "작년은 본 PF로 이어지지 못한 브리지 PF를 우려하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 판매하지 못한 미분양 아파트를 우려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미분양으로 건설사들의 비용인식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지난해 4분기 대우건설이 미분양 대손상각 등 1100억 원을 판관비에 반영한 것을 신호탄으로, 같은 사례가 다른 건설사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판관비로 반영한 1100억 원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구 지역 복수의 단지에서 향후 공사비 미회수로 추정되는 금액을 선반영한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처리한 것이고, 추후에 판매를 마치면 환입될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연내 미분양 해소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가구 수는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미분양 수는 6만3755가구로, 전월(6만2489가구) 대비 2%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1만1363가구로 7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의 경우 1만124가구가 집주인을 찾지 못해 '불 꺼진 집'으로 남아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초 분양 때 '완판'을 못해도 이를 전부 미분양으로 보진 않는다. 주요 경기권 지역들과 지방 대도시의 경우, 판매 부담이 있긴 해도 입주 전 2~3년간 무순위 청약 등을 진행하면서 해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일부 지방 분양시장은 경색이 심화하고 있어 연내 악성 물량을 털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