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시대 열린다] 창고에서 공장까지…인간형 로봇 대량 투입 시대 온다

입력 2024-03-18 05:00수정 2024-03-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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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작년 물류창고서 테스트 시작
올해 대량 생산 기대…전 세계 창고에 배치 목표
2021년 진출 선언 머스크, ‘옵티머스’ 개발 한창
테슬라 ‘무인화 공장’ 비전의 열쇠로 꼽혀

미국 할리우드 공상과학(SF)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걷고 생각하며 농담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개성 넘치는 ‘드로이드’가 현실화될까.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 투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창고와 공장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 대부분 프로토타입(시제품) 단계에 있지만 기업들은 앞으로 수년 내 로봇이 자동화 기기 수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보고 개발에 박차를 하고 있다고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했다.

더 나아가 가파른 인공지능(AI) 발달로 인간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장도 영화 속 얘기가 아닐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2025~2028년 공장에 도입되고 소비자에게는 2030~2035년 보급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어질리티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가 아마존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고 있다. 출처 GMO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해 자사가 지원하고 있는 로봇 스타트업 ‘어질리티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를 시애틀에 있는 물류창고에 투입했다. 160cm 정도 높이의 디지트는 물류창고의 최종 단계에서 두 팔을 사용해 빈 박스를 집어 올려 이족 보행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업무를 반복 수행하고 있다. 아직은 테스트 단계이지만 연구실이나 실험실이 아닌 물류 현장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된다.

업계에서는 디지트가 당장 물류산업의 전환을 이뤄내거나 인간 노동자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요한 기술적 도약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어질리티는 궁극적으로는 트럭에서의 하역, 상품 분해 등의 복잡한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지트의 손은 아직 인간의 손가락이 아닌 페들 모양으로 돼 있는 등 한계가 있다.

이달 말 개최되는 물류무역박람회에서 어질리티는 디지트가 다양한 유형의 상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새로운 하드웨어 형태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량 생산 시점도 가시적이다. 블룸버그는 어질리티가 향후 12개월 동안 수십 대에서 많게는 수백 대까지 디지트를 생산하고 장기적으로는 연간 1만 대 생산으로 끌어올려 전 세계 물류창고에 배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로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아마존이 어질리티를 인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미 1억8000만 달러(약 2400억 원)를 조달한 어질리티의 투자액 중 일부를 아마존이 투자했다. 아마존은 2012년 바퀴 달린 로봇을 개발한 키바시스템즈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물류에 로봇을 적용했다.

▲오픈AI의 AI 모델을 탑재한 피규어의 로봇 ‘피규어 01’이 사람에게 사과를 건네고 있다. 출처 피규어 유튜브 동영상 캡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회장은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조스는 지난달 자신의 회사인 익스플로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또 다른 스타트업인 피규어에 1억 달러(약 1330억 원)를, 아마존을 통해서는 50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투자 건에 엔비디아, 오픈AI 등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베이조스와 아마존의 투자 합계액이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주 피규어는 오픈AI의 AI 모델을 탑재해 사람의 지시나 물음에 따라 사과를 건네거나 쓰레기를 치우는 등의 동작을 자연스럽게 하는 자사 개발 로봇 ‘피규어 01’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게재한 ‘연구실을 거닐고 있는 옵티머스(Optimus strolling around the lab)’라는 제목의 영상 캡처. 출처 머스크 X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에 일찍부터 손발을 걷어붙였다. 머스크는 지난달 연구실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이족보행을 하는 옵티머스 2세대 버전의 추가 모습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16일에도 옵티머스 2세대가 바구니에 있는 셔츠를 손가락으로 꺼내 테이블에 펼쳐 접는 동작을 수행하는 영상을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테슬라가 옵티머스를 공장에 투입하거나 판매하는 등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테슬라는 장기적으로 공장에 사람이 없는 완전 자동화를 지향하며, 옵티머스를 이르면 2025년 판매가 2만 달러(약 2600만 원)로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장기적 가치 대부분이 옵티머스에서 나올 것”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래에는 자동차 시장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2021년 머스크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몸에 딱 붙는 흰색 로봇 슈트와 검은색 헬멧을 쓴 인간이 무대를 가로질러 춤을 추는 모습을 공개하고는 어떤 기술도 시연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AI 모델과 컴퓨터 비전 소프트웨어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인간과 유사한 로봇이 곧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공장에서 단일 기능을 능숙하게 반복하는 로봇 팔과 달리 광범위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특히 유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빅테크들뿐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족보행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로봇이 이족보행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의 업무 대부분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로봇의 응용 가능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것이다.

오픈AI가 지원하는 노르웨이의 ‘1X 테크놀러지 AS’는 챗GPT를 탑재한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 중이다. 올해 초에는 1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스팟’이라고 불리는 개 같이 생긴 네발 로봇으로 잘 알려진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공중제비를 할 수 있는 이족보행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생츄어리 AI’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작년 로봇이 사람의 혈압을 측정하는 작업을 도와주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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