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나 저자는 교사입니다. 경기도 외곽 학교에서 아동 학대, 방임, 빈곤에 처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학교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고 사회복지 박사 공부를 합니다. 빈곤 대물림에 대해 박사 논문을 작성하며 이십여 명의 청소년과 가족을 만난 이야기를 책으로 꾸려낸 글이 바로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입니다.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회색의 표지와 적갈색의 글자색도…. 또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이라는 부제도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얼마나 불편한 이야기를 할지… 심호흡을 크게 하고 책을 펼쳤습니다.
제 우려와는 달리 이 책에서는 성인으로 건강하게 자란, 그러면서도 좌충우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줍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는 10여 년의 흐름을 보며, 영구임대 단지 아파트의 복지관에서 근무할 때 내가 만났던 아이도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의 삶에서 공부나 사회인으로 잘 성장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오히려 오늘의 생존과 안정, 가족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이었지요. 그래서 어쩌면 이 아이들을 이 가정에서 분리하는 것이, 이 지역에서 분리하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을 살기에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만났던 아이들은 다시 자신의 부모와 같은 삶을 꾸리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꾸역꾸역 걸어가는 아이들은 바로 ‘성찰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전체를 보는 시각도 있었기에 이들은 한발 한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휴,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저처럼 제목 때문에, 부제 때문에 이 책을 피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의 말을 대신 전해 드립니다.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안다면 외면해서는 안 될 목소리가 도착했다.”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