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번지' 종로 3자 구도...결과는 '안갯속'

입력 2024-03-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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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지역구…여론조사 결과도 '팽팽'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종로구 예비후보자와 최재형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 종로구 예비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각각 동묘역과 창신역 인근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가 3자 구도로 인해 쉽게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격전지'로 떠올랐다.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현역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같은 지역구인 종로로 출마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후보와 개혁신당 금태섭 후보가 도전장을 내면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과거 청와대가 위치해 있던 종로구는 윤보선·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등 대통령만 3명을 배출한 지역구여서 '정치 1번지'로 불려왔다. 특히 민심에 따라 결과가 수시로 바뀌는 지역구인 만큼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양당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총선 결과를 보면, 13대와 14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의 전신이자 보수 계열인 민주자유당(13대 총선에서는 민주정의당) 이종찬 전 의원이 내리 당선됐고, 15대 총선에서는 당시 신한국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보궐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진보 계열 새정치국민회의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16~18대에서는 보수 계열의 박진 의원이, 19~20대에서는 진보 계열의 정세균 전 의원이 당선됐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이낙연 전 의원이 승리했고, 2022년 민주당 후보 없이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당선됐다. 이처럼 역대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 계열의 후보가 번갈아 가며 승리했던 만큼 종로는 특정 정당으로 표가 쏠리지 않는 지역구다. 또 민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만큼 선거의 판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종로는 평창·사직동 등 고급 주택가와 창신·숭인동 등 서민 주거지가 공존하고 있어 소득 계층과 이념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지역구이기도 하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당시 민주당 이낙연 후보(58.38%)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39.97%)를 맞아 18.41%의 큰 표 차이로 승리했는데, 지역별로 보면 평창동(47.29% : 51.40%), 사직동(48.71% : 49.86%) 등 부촌이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황 후보가 승리했다. 반면, 서민 아파트가 밀집한 창신2동(66.56% : 31.96%), 숭인2동(65.11% : 33.16%) 등에서는 이 후보가 크게 앞섰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는 감사원장 출신인 국민의힘 현역 최재형 의원이 재선을 노리고 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변호사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출사표를 던져 '3파전'이 성사됐다.

지역구 수성을 노리는 최재형 의원은 지난 1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했다. 개소식에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등 인사가 참석했다. 최 의원은 △종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 철폐·완화 △종로구 평창역이 포함된 GTX-E 노선의 조속한 착공 △봉제산업과 주얼리산업 등 전통 뿌리 산업 지원 확대 등 정책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 곽상언 후보는 종로에서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의 지역구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 곽 후보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후 2년간 종로구의 지역위원장을 맡아 지역 활동에 공을 들여왔다. 곽 후보는 온라인 판로개척을 위한 이커머스 업체 연계, 1인 가구·청년층 이용편의 개선 등 종로구 현실을 반영한 전통시장 지원책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22대 총선 서울 종로구에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천 면접 심사를 보고 있다. (뉴시스)

개혁신당의 금태섭 후보는 거대 양당 체제를 깨겠다고 선언하며 지역 민심 공략에 나섰다. 금 후보는 '종로를 파리처럼'이라는 공약을 내세우며 종로에도 과감한 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창신-숭인 재개발 속도를 높이고, 9개 대학 캠퍼스의 담장을 허물어 종로를 대학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외에도 종로 모든 골목과 지하철역을 5분 거리 대중교통으로 연결하는 '5분 콜버스' 도입, 규제 비용을 정부가 적절하게 보상하는 '규제 보상법' 도입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최 후보와 곽 후보가 동률을 기록하는 등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18일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종로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2명에게 전화 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율은 40%로 동률이었으며, 금 후보는 5.3%를 기록했다.

평창·사직동 등 고가의 주택단지가 몰려있는 1선거구에서는 오히려 곽 후보(42.4%)가 최 후보(41.7%)를 오차범위 내로 앞섰고, 창신·숭인동 등 빌라가 상대적으로 많은 2선거구에서는 최 후보(38.4%)가 곽 후보(37.7%)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질렀다. 조사는 무선전화 면접 100% 방식으로 3개 이동통신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표본으로 진행됐고,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p), 응답률은 10.4%였다.

반면,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2~13일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여 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곽 후보가 43%를 기록해 32%인 최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금 후보는 7%를 나타냈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고,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p, 응답률은 9.1%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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