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묘의 경우 주기적인 건강검진 받아야
독립성이 강하고 청결을 잘 유지하는 등의 특징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다만 신장질환에 취약한 편이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신장은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매우 중요한 장기 중 하나다. 주로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암모니아, 요소, 요산과 같은 질소 산화물을 배설하고, 체내의 산염기 및 전해질 균형, 칼슘 및 인의 대사에 관여한다. 또한,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조혈 호르몬을 생산하는 장기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장은 약 70~75%의 손상이 있기 전까지는 겉으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고양이들은 몸이 아픈 것을 숨기는 습성이 강하고, 보통 노령묘에서 나타나는 질환인 만큼 노화 증상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성 신장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고양이 신장질환은 크게 만성신장질환(CKD)과 급성신장손상 두 가지로 구분된다. 만성신장질환은 오랜 기간 천천히 신장기능이 감소하면서 발병하며, 일반적으로 8세 이상의 노령묘에서 더 흔하다. 반면, 급성신장손상은 신장 외부의 요인에 의해 급격하게 신기능이 떨어져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남예림 샤인동물메디컬센터 고양이센터장은 “급성신장 손상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백합류의 식물을 섭취하거나 신장 독성 약물이 과도하게 투여되었을 때, 요관이나 요도가 막혀 배설이 원활하지 않을 때, 감염, 심부전이나 전신 염증, 패혈증 등 다른 장기의 질환에 의해 급격하게 신장이 손상을 받는 경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절반이 넘는 경우 독성물질 섭취로 나타나지만 약 30% 정도는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한번 망가진 신장은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 이미 기능이 너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치료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따라서 신장 질환은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남 센터장은 “고양이가 전보다 활동성이 떨어지고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노화가 아닌 신장 기능 저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며, 입맛이 떨어져 전과 다르게 사료나 간식에 까다로워지는 것 역시 눈여겨 봐야 하는 증상”이라고 강조했다.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이미 상당한 신장기능 저하가 있는 것일 수 있어 진료를 빨리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적어도 한 달마다 주기적으로 체중을 체크하여 뚜렷한 이유 없이 체중이 5% 이상 줄었다면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만약 체중을 정확히 재기 힘들다면 체형과 근육량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척추뼈의 돌기가 만져지고 허벅지와 엉덩이의 근육이 홀쭉하게 변하게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근육량이 상당히 줄어도 고양이의 아래 뱃살은 잘 안 빠지지 않아 아직 통통하다고 여기기 쉽다는 점이다.
고양이의 소변량 변화로도 조기에 신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다. 평소보다 전보다 물을 먹는 횟수나 양이 증가하거나 물그릇이 자주 비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방문해 신장기능검사를 받아 보는 것을 권장한다.
급성 신장 손상의 경우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신장의 기능을 일부 회복할 수 있으며 치료 경과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고양이 신장 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성신장질환의 경우 완치보다는 관리에 초점을 두고 치료 계획을 세운다. 고양이의 상태에 따라 요독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식이요법과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약물, 수액, 다른 병발 질환을 잘 관리해 신장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양이 만성신장질환은 너무 늦게 진단돼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조기에 진단하여 기대수명을 늘릴 수 있다.
남예림 센터장은 “만성신장질환의 초기 증상들을 잘 기억했다가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빨리 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7세령 이상의 노령묘 아이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6개월에 한 번씩은 신장 관련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