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영향 미미…자사주 취득 신고 규모 1위는 '기아'
“자사주 소각 수익성 문제 개선 가능…친화적 정책 펼칠 듯"
상장사들의 1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이 아직은 미약한 모습이다. 다만 정부가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완화 방안 등의 당근책을 꺼내 들면서 향후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활발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상장사는 85곳으로, 총 신고금액은 2조3513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84개 상장사가 2조9104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바 있다. 지난해보다 오히려 신고금액이 약 5500억 원 감소한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꼽히는 주주환원정책을 위해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고배당 등이 필수적이다. 이에 정부도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적극 유도 중이지만, 자사주 취득 규모를 비교했을 때 아직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자사주 취득 공시 기업 중 1위는 기아다. 기아는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올해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히며 최근엔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5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2위부터 4위까지는 금융지주회사가 차지했다. 2위 KB금융은 3200억 원, 3위 하나금융지주는 3000억 원, 4위 신한지주는 1500억 원을 각각 매입하겠다고 신고했다. 이 밖에도 △5위 현대모비스(1498억 원) △6위 우리금융지주(1366억 원) △7위 셀트리온(750억 원) 순으로 금액이 많았다.
한편, 정부는 19일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를 완화해주는 정책을 꺼내 들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취득해 보유한 자사 주식을 소각하는 것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이 주주환원 정책과 낮은 수익성이라고 평가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다 많은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확대에 참여토록 유도하기 위해 주주 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속해서 자사주 매입 친화적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미국에서 배당 지급보다 선호되는 주주환원 정책”이라면서 “자사주 소각은 주당순자산가치(BPS)를 낮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하는데, 한국의 문제 중 하나인 수익성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염 연구원은 “과거 자사주 매입이나 자사주 소각 공시를 발표한 기업 주가가 강세를 보인 현상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그만큼 효과가 입증된 기업의 행동”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