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반영·FOMC 경계감에 엔화가치↓
"당분간 슈퍼엔저…국내 증시 부정 영향"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올렸지만, 한국 증시에는 훈풍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국내 증시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와 다르게, 엔화 약세가 이어진 까닭이다.
20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33.97포인트 오른 2690.14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2700선으로 올라간 이후 2600원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낸 영향은 제한적인 상태다. BOJ는 전날 정책금리를 기존 -0.1~0.0%에서 0.0~0.1%로 0.1%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은 2006년 이후 17년 만이다.
앞서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일본으로 자금 유입이 증가해 일본 내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엔화 강세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엔화가 강세가 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 우위를 보이고, 해외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도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지면서 증시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날 달러당 엔화 가치는 오후 3시30분 기준 150엔을 넘었다. 어제 BOJ 발표 직후엔 148엔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곧바로 상승하며 150엔을 넘어섰다.
엔화 대비 원화가치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3시30분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84.15원을 나타냈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전날부터 이틀 새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엔화가 약세인 것은 BOJ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 정책을 시장이 예상해 반영했기 때문이다. 또 BOJ가 "당분간 완화적 금융환경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통화완화 정책이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닌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날부터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경계감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됐다.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 우려가 달러 강세를 이끈 만큼 엔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가 힘을 받으려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일본의 통화정책이 관망세를 보인다면, 한국 증시도 코스피가 2600대 박스권 안에서 되돌림을 주는 수준 정도가 예상된다"며 "환율에는 미 달러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에,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과 국채금리의 변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BOJ 정책 피봇(통화정책 전환) 재료 소멸로 인해 단기적으로 엔화의 변동성은 축소될 공산이 높다"며 "달러·엔 환율은 당분간 150엔을 중심으로 한 등락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이어 "슈퍼 엔저가 일본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지지해준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