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도시형생활주택(도생)에 적용하는 주차장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도생 사업성을 개선해 주택 공급난을 해결하려는 취지인데, 정작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주차난을 우려해 입주를 꺼릴 가능성이 높고 주택 공급난의 근본적인 원인인 자금조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역부족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모든 도생주택에 대한 주차대수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기로 하고 입법예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유차량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하는 경우, 주차단위구획 1개당 일반차량 3.5대만큼 주차대수를 확보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이미 소형 도생주택에는 이 기준이 적용돼 있다.
이처럼 규정이 바뀔 경우 도생주택 주차 공간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도생주택이 확보해야 하는 주차 대수는 전용 60㎡ 이하의 경우 가구당 0.6대, 전용 60㎡ 이상 85㎡ 이하는 가구당 1대로 정해져 있다. 만약 주차 공간의 절반을 공유차량 전용으로 설치한다면 실제 가구당 주차 대수는 각각 0.26대와 0.44대로 줄어든다. 전체를 공유차량 공간으로 바꾼다면 가구당 0.17대, 0.29대까지 떨어진다.
국토부가 주차대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특히 주거사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소형주택에 대한 공급 규제를 개선해 사업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도생주택은 300가구 미만의 국민주택 규모(85㎡)에 해당하며 도시지역에 건설되는 주택으로, 단지형 다세대주택이나 원룸형 주택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이 발달한 지역에 들어서기 때문에 가구 특성을 고려해 주차공간 설치 기준을 완화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생주택의 경우 1인 가구를 겨냥하는 것이고 도입 취지부터 역세권, 상업지역 인근에 지어지기 때문에 일반주택에 비해 주차대수가 적게 필요할 것"이라며 "주차대수의 경우 가구당 규제이기 때문에 사업성 측면에서 업계의 완화 요구가 계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공급난의 본질은 주차대수 규제가 아니다"면서 "근본적으로 민간 임대주택시장을 옥죄고 있는 각종 금융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차 대수가 적은 주택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당장 큰 이익으로 다가오지는 않아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주차대수 규제를 완화하면 자칫 도시 주차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도심 난개발의 원흉으로 꼽히는 도생이 더욱 난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도생이 처음 도입된 2012년부터 도생 주차 기준 완화는 큰 화제였고 이후 주거환경을 악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돼왔다"며 "주택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국토부로서는 당장 실현 가능한 규제완화 정책을 펼치는 것이겠지만 지금 진행하는 완화가 이후 주택공급시장이 정상화된 뒤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불이 났을 경우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는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도생은 주차장 기준뿐 아니라 동 간 간격도 일반 주택에 비해 좁아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도생주택 화재 사고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전 유성구 한 도생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2015년 12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의정부 도생주택 화재 사고는 좁은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들 때문에 소방차량 진입이 늦어지며 사고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