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56%까지 확대 추진
애초 정부 제시안 67%서 목표 낮춰
“정치적 압박에 완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핵심은 2032년까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 배출가스를 현재보다 절반가량 줄이는 것이다. 다만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동차 업계와 노동자들의 반발에 밀려 정부는 지난해 제시안보다 한 걸음 물러났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발표를 인용해 “최종 확정된 새 규제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 동안 단계적으로 자동차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 허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보도했다.
EPA는 약 1년 전인 지난해 4월 새 배기가스 규제안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최종목표치는 2032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67%로 높이고 배출가스는 56% 감축하는 안이 포함됐다. 이와 달리 이번에 확정된 규제는 판매 비중 목표치를 초안의 67%에서 56%로, 배출가스 감축량 56%에서 49%로 각각 하향 수정했다.
지난해 정부 제시안이 발표됐을 당시 자동차 업계와 노동자들은 극렬하게 반발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연구개발 수준과 판매 중인 전기차 제품군을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라는 게 반발의 주요 근거였다.
노동계는 조기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부품 가짓수가 70% 미만이다. 자연스레 공정의 단순화에 이은 잉여인력의 발생,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EPA는 확정안 발표와 함께 “최종 규정에서는 자동차 업계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 요건을 완화했다”며 “특히 배출가스 기준은 급격하게 강화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AP에 따르면 미국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022년 5.8%에서 2023년 7.6%로 커졌다. 올해도 차종 다양화와 판매 가격 인하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가파른 증가세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주요 외신은 이번 규제안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경합주를 상대로 한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P는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주의 표심을 의식해 규제를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이들 주에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하면 내연기관차를 주로 생산해온 전통적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왔다.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둔화한 것도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PA는 새 규제가 도입되면 205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억 톤(t)가량 줄이고, 사회 전체에 공기 질 개선과 연료비 절감 등을 통해 연간 1000억 달러(약133조 원)에 가까운 효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EPA의 수정안은 재선에 나선 바이든의 정치적 압박을 반영했다”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른바 경합주의 경우 많은 노동자가 전기차 전환이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격적인 친환경차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을 맹렬하게 비난하며 유권자, 특히 노동계의 표심을 자극한 바 있다.
미국 정치전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NEF) 자료를 바탕으로 ‘정치적 성향과 전기차 비중 연관성’ 기사를 통해 이런 표심을 분석했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졌던 미시시피주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 수준에 머물렀다. 이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세가 뚜렷한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3.6%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