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류 티켓ㆍ멤버십 대체…이용자 편의성, 마케팅에 활용
업계, “NFT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할지 고민하는 중”
프로필 사진과 수집에만 치중하던 NFT(대체불가토큰)가 실생활로 스며들고 있다. 멤버십이나 티켓을 대체하는 등 ‘쓸모’를 찾아가는 중이다.
22일 강남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개최되고 있는 ‘굿즈이즈굿’ 페어에 입장하는 일부 관람객들의 손에는 종이 티켓 대신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NFT 티켓 도입이 바꿔놓은 전시회 입장 모습이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 그라운드엑스는 이번 페어에 NFT 티켓 서비스를 도입했다. NFT 티켓을 수령한 관람객은 현장에서 수령해야하는 종이 팔찌 대신 간단히 스마트폰을 태그해 입장할 수 있다.
발행된 NFT 입장권은 카카오톡 알림톡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티켓은 추가적인 앱 설치 등 절차 없이 받은 그대로 카카오톡 지갑과 클립(KLIP) 앱에 자동으로 보관된다. 입장 역시 간단하다. 지류 티켓으로 관람권을 다시 교환하고 입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이 아닌, NFT 티켓을 그라운드엑스가 자체 개발한 NFC 기술이 적용된 ‘리더기’에 태그하면 바로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라운드엑스는 지난해 5월 클립에 NFT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티켓, 쿠폰 등 유형의 실생활 NFT 발행해 왔다. 지난달에는 출시 8개월 만에 누적 발행량이 15만 건을 돌파하는 등 활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라운드엑스 관계자는 NFT 티켓 솔루션 도입에 대해 “NFT 티켓을 카카오톡에서도 바로 꺼내 입장할 수 있어 지류 티켓 발급과 보관의 불편함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입장 대기에 소요되는 절차와 시간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본인인증과 실시간 티켓 소유 여부 확인 등 NFT 티켓의 장점을 토대로 향후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에 적용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의 사용 편의성을 더욱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 방문한 관람객 오 씨는 “NFT 티켓 방식이 널리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취미로 콘서트 장을 방문하는 일이 많은 데, 아직까지 종이 티켓으로만 입장 가능한 콘서트도 많다”면서 “배송을 받는 중에 티켓을 분실하거나, 콘서트 당일까지 보관해야 하는 게 솔직히 너무 귀찮은데 NFT 방식이 훨씬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장의 불편함뿐 아니라 암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NFT 기술이 실제로 사용된 바 있다. 올해 초 국내 블록체인 기업 모던라이언은 현대카드와 손잡고 가수 장범준의 공연 티켓을 자체 마켓플레이스 콘크릿(KONKRIT)을 통해 NFT로 발행했다. 콘크릿은 이렇게 발행된 NFT 티켓의 모든 거래 기록을 공개하고, 전송 기능을 제어해 암표 거래를 원천 차단했다.
NFT 기술을 활용한 멤버십도 늘고 있다. SK플래닛은 지난해 6월 OK캐쉬백 다이내믹 NFT 멤버십인 ‘로드투리치’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올해 1월 말 가입자 수 20만 명 돌파하며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NFT 활용 사례 중 하나가 됐다.
이용자는 ‘로드투리치’ 서비스에서 퀴즈 등 다양한 미션을 통해 캐릭터 NFT를 성장시키게 된다. 각기 다른 혜택이 담긴 NFT인 ‘템(TEM)’을 통해 혜택은 물론 캐릭터를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템은 N차 교환·거래가 가능해 자신이 가진 혜택을 다른 이용자에게 전달할 수도 있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초창기 NFT 시장에서는 과시나 투자 목적으로 사용이 많이 됐지만,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가치가 없어졌다”면서 “업계에선 이제 NFT에 무엇을 담아야 쓸모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NFT를 활용한 티켓이나 멤버십은 그 사용 목적 자체 뿐만 아니라, 암표 방지 등 더 나은 보안을 제공하고, 해당 경험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점차 이런 기술에 익숙해지면 관련된 다른 사업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NFT가 ‘쓸모’를 찾아가는 가운데, 거래 시장에도 다시 훈풍이 돌고 있다. 더블록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약 2억5000만 달러로 바닥을 찍었던 NFT 거래량은 올해 3월 들어 이미 9억 달러를 훌쩍 넘기며 4배 가까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