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설화·비위 등 논란 신속 진화…'악재 전체화' 고려
3년차 尹정권 중간평가…투표율·의대증원·北도발 등 변수
4·10 총선이 초읽기에 접어들면서 여야가 내부 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소속 후보의 막말·비위 의혹 등이 전국 판세를 순식간에 그르치게 할 수 있어서다. 22대 국회에서 원내 1당 지위를 놓치면 여야 모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논란 발생 시 공천 박탈 등 고강도 조치를 불사하며 악재를 신속 차단하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23일) 갭투기·허위 재산 신고 의혹이 불거진 이영선 세종갑 후보를 제명 및 공천 취소했다. 이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경기 고양, 세종 등 전국 곳곳에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고, 채무도 부동산 가액에 육박해 갭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가 공천 심사를 위해 당에 제출한 자료에는 이러한 재산 목록이 상당 부분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비상징계권을 행사해 이 후보 공천을 박탈하고 제명 조처했다.
다만 이미 선관위 후보 등록 시한이 지났기 때문에 민주당은 초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세종갑에 대체 후보를 내세울 수 없게 됐다. 강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세종갑 의석을 차지할 길이 막혔다"며 "이 대표는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위해 신속하게 공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세종갑은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단숨에 야권 단일후보가 된 김 후보는 어부지리 당선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안정권 1석을 선거 직전 포기한 셈이 됐지만, 전체 판세에 미칠 부정 여파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결단이었다는 것이 내부 중론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정도 문제가 터지면 (이 후보가) 완주하기도 어렵고 선거 당일까지 '갭투기 당'이라는 공격만 당하다 끝난다"며 "1석 지키려고 주판알 튕기다 10~20석 이상 잃을 수도 있다. (공천 취소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집권 3년차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 격으로 거론된다. 운동권·거야(巨野) 심판론을 내세운 국민의힘이 여소야대를 뒤집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느냐,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이 다시 다수당이 되느냐가 정부의 남은 임기 향방을 가르게 된다.
때문에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 등 접전지 여론을 크게 뒤흔들 수 있는 소속 정치인의 막말과 비위 의혹은 양당의 최대 경계 포인트다.
여권 관계자는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문제가 벌어졌을 때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그걸 못해서 망친 선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여야는 신속한 논란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막말 논란이 제기된 도태우(대구 중남)·장예찬 후보(부산 수영)를, 민주당은 정봉주 후보(서울 강북을)를 각각 공천 취소했다. 정 후보에 이어 공천된 조수진 후보는 '성범죄자 변호·2차 가해' 등 논란에 공천장을 자진 반납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리스크'도 신경써야 한다. '회칼 테러'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사퇴, 순직해병 수사외압 사건에 연루된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정부 일정을 이유로 출국 11일 만인 21일 귀국한 것은 최근 여당 지지율 하락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갤럽 조사(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무선면접)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민주당은 33%였다. 직전 조사 대비 국민의힘은 3%%포인트(p) 떨어졌고, 민주당은 1%p 올랐다.(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최근 흐름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바꿀 기회는 있다"며 "이번에도 여소야대를 허용하면 끝장이라는 각오"라고 말했다.
그 밖의 총선 막판 변수로는 투표율,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의대 증원 극적 타결 여부 등이 거론된다. 투표율의 경우 24년 전인 2000년 16대 총선 이후 60%를 넘긴 사례는 17대(60.6%)·21대(66.2%)뿐인데, 모두 진보정당이 과반을 확보했다. 투표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던 18대(46.1%) 총선에선 보수정당이 153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율이 낮으면 국민의힘이, 높으면 민주당이 유리하다. 투표율 62%를 넘느냐, 못 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의대 증원 타결,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