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이상문학상 대상…조경란 '일러두기'

입력 2024-03-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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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게 다듬어진 간결한 문장과 세밀한 내면 묘사"

▲조경란 작가 (사진제공=한정구)

제47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조경란 작가의 단편소설 '일러두기'가 선정됐다.

문학사상은 25일 조 작가의 단편소설 '일러두기'가 제47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일러두기'는 이혼 후 대도시 변두리 동네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복삿집을 운영하는 '재서'와 길 건너편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미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두 인물을 경유해 각박한 삶 속에서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의 가치를 일깨운다. 특히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삶을 지속하게 한다는 게 이 소설의 주된 목소리다.

심사위원회는 "'일러두기'의 이야기는 평범한 서민의 삶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따뜻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 변두리 동네의 이웃들이 서로 끌어안고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배경처럼 펼쳐내면서 각박한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주인공의 내면 의식의 변화를 꼼꼼하게 챙겨 보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또 "특히 정교하게 다듬어진 간결한 문장과 세밀한 내면 묘사가 이 소설의 서사적 완결성에 문체의 힘까지 덧붙이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조 작가는 "휴대전화가 꺼져 연락이 안 된다는 메일을 열어 보곤 이게 정말 나에게 발송된 이메일일까?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라며 "내가 쓴 단편의 제목이 아니었다면 장난 메일인 줄 알았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난해 '일러두기'를 구상할 때의 노트를 찾아보니 준비가 안 된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생을 움츠리고 산 아이, 남의 눈에 멸시의 대상이기만 했던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하는 질문이 이 단편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조 작가는 "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도 않는 인물이 만들어내고 행동하는 일상의 경이로운 이야기에 대해 더 쓰겠다"라며 "꾸준히 게으르고 굼뜨고 느리게 살고 있다. 소설도 그렇게 쓰고 있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그럴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대상 수상작과 함께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될 우수작은 △김기태 '팍스 아토미카' △박민정 '전교생의 사랑' △박솔뫼 '투 오브 어스' △성혜령 '간병인' △최미래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등이 선정됐다.

대상 상금은 5000만 원이며, 우수작 재수록료는 각 500만 원이다. 작품집은 4월 중 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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