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I반도체·깜짝 호실적까지
"AI 발전 속도 맞는 투자전략 필요"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들이 반도체 종목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차익 실현보다는 주식 비중 확대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주(18~22일) 서학개미들은 미국 증시에서 6억9973만달러 어치를 순매수했다. 그중에서도 반도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상장지수펀드(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로, 2억8222만달러를 기록했다.
해당 ETF는 미국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엔비디아와 AMD,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반도체 종목 30개 기업으로 구성됐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 넘게 하락했는데, 서학개미가 반도체 종목 매수 기회로 보고 집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장주 엔비디아 투자도 활발하다. 지난주 엔비디아 순매수 금액은 5억1012만 달러에 달하며 순매수 3위에 올랐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 1.5배를 따르는 그래닛쉐어스 1.5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GRANITESHARES 1.5X LONG NVDA DAILY) ETF도 순매수 6를 차지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놓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경쟁 구도를 형성한 마이크론도 순매수 10위였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질주는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주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4’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을 공개했다. 블랙웰은 파운드리 1위 TSMC 공정을 통해 올 연말부터 생산될 예정이며, 구글과 메타, MS 등에 공급이 예고된 상태다.
마이크론은 깜짝 실적을 내놨다. 지난주 올해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58억2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은 0.42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HRM이 주도한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는 월가 전망치였던 매출 53억5000만 달러와 주당 순이익 0.25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외 증권가는 연초 이후 AI발 반도체 훈풍에 급등한 반도체 종목을 두고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GTC 2024 직전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트루이스트파이낸셜, 로젠블랫증권 등은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100달러 이상으로 올려잡았다. 웰스파고와 미즈호증권은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각각 135달러, 130달러로 상향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 서비스 사업자들은 빠르고 효과적인 AI 추론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주문형 반도체(NPU)와 메모리(D램) 등 충분한 전산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관건”이라며 “추론 중심의 AI 시장 확대는 파운드리 업체에 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모델 업데이트 속도와 컴퓨팅파워 업그레이드 속도의 간극을 엔비디아가 채우는 모습으로, AI 발전 속도에 맞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소프트웨어(SW)보다는 AI 하드웨어(HW) 인프라에 주목할 시점으로, TSMC와 후발주자의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생산능력(CAPA) 확충으로 하반기 공급 개선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