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국제경제부 부장
이웃 나라 일본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의 경우 줄을 서지 않아도 됩니다. 박물관과 공원 등 국가 운영시설을 이용할 때 먼저 입장하는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이지요. 물론 임산부도 포함됩니다. 그뿐인가요. 자녀 3명 이상을 부양하는 가구는 대학 등록금을 지원합니다. 국공립대는 우리나라 돈으로 연간 약 500만 원, 사립대는 약 630만 원까지 지원해 줍니다.
이탈리아는 세금 면제를 꺼내들었습니다. 자녀를 2명 이상 낳으면 세금을 모두 면제해 주는 방안입니다. 자녀 수에 따라 세제 혜택을 주는 나라는 많습니다. 그런데 자녀가 2명 이상인 가정에 아예 세금을 물리지 않는 방안은 이탈리아가 처음입니다.
프랑스는 자녀 수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고, 아동수당과 모성 휴가 등을 제공해 출산을 장려합니다. 스웨덴은 남성 육아휴직이 의무이기도 합니다. 유럽에서는 결혼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나라가 많습니다. 러시아는 자녀가 없다면 ‘무(無)자녀’ 세금을 걷기도 합니다.
유독 헝가리의 저출산 대책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먼저 첫 아이를 낳으면 4000만 원까지 나라에서 대출해줍니다. 물론 ‘무이자 대출’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요. 그런데 셋째 아이를 낳는 순간, 이 부채는 ‘전액 탕감’됩니다.
그 덕이었을까요. 헝가리의 연간 혼인 건수는 2011년 3만6000건에서 10년 만인 2021년에는 7만2000건으로 2배 늘었습니다. 자연스레 출산율도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나라마다 소득수준과 물가·육아 환경이 다르니 맞비교는 어렵습니다. “이 정도면 효과가 있겠네” 싶은 저출산 대책들 대부분 막대한 예산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05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사용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입니다. 출산율이 최소 2.1명이 돼야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부부, 즉 2명이 2.1명을 낳아야 현재 인구 수준이 유지되는 셈이지요.
OECD 주요국의 저출산 대책 가운데 나라 살림이 걱정되는 정책도 존재합니다. 다만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은 생각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만큼 절박함이 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그 많은 나라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을 하나하나 가져와, 우리 실정에 맞게끔 고쳐 쓰는 방법도 필요합니다. 일본은 결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매도 서줍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서비스를 시행 중입니다. 이미 가입자도 900만 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를 절실하게 원하는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을 화끈하게 확대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조건이 걸린 출산 지원금만큼, 아이를 절실하게 원하는 이들의 출산을 돕는 것도 중요할 테니까요.
“그렇게 했다가 나라 살림 남아나겠느냐”며 무턱대고 이런 정책을 폄훼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200조 원이 넘는 돈을 퍼부었어도 효과를 못 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도 결과가 참담하다는 것 자체가 헛돈을 썼다는 뜻이거든요.jun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