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공공사 중단 초유사태' 이후 공사 재개한 세종공동캠퍼스

▲26일 대보건설이 진행하는 세종 공동캠퍼스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스카이 크레인을 타고 외벽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hje@)

"금요일이었던 3월 16일 공사를 다시 하기로 결정하고, 주말이 지나 18일부터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공사재개가 가능한 상황이 되고 급히 작업자들을 섭외했죠. 자재도 준비해야 하고 공사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과정에도 시간이 더 들었습니다. 어제(25일)부터 정상적인 작업을 모두 시작할 수 있었죠."(대보건설 관계자)

공사가 본격 재개된 지 이틀 차인 26일 대보건설 관계자와 함께 세종시 4-2생활권 공동캠퍼스 18공구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언제 멈춰 섰었냐는 듯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사 현장 일대 눈에 띄는 큰 건물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뿐이라 교통량도 많지 않은 곳이지만, 공사장 주위로 작업 차량과 직원 차량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오전 세종시에는 비가 내렸다. 공사장 곳곳에 빗물이 고일 정도로 적지 않은 강수량이었지만 내부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들의 모습은 분주했다. '꽝꽝' 망치질 하는 듯한 소리가 건물 곳곳에서 들려왔다. 외관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건물들도 눈에 띄었다. 의대와 수의학과 학생들의 실습 공간이 들어가는 바이오센터는 외관을 흰색으로 마무리해 언뜻 완성된 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체육관과 학술문화관, 학생회관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건물이 올라간 상황이었다.

공사는 이달 5일 멈춰섰다가, 13일 만인 18일 재개됐다. 이 사업 시공사인 대보건설과 시행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이 공사비 인상 협상이 장기간 진척이 없는 상태로 머무르면서 시공사가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이곳 현장의 공사 중단은 지난해 10월에도 있었다. 역시 공사비를 두고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열흘간 현장이 멈춘바 있다. 이후 LH에서 시공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며 공사를 다시 시작했는데, 이후에도 공사비 증액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얻지 못하자 또다시 중단한 것이었다.

대보건설 관계자는 "당장 여기저기 빚을 져가면서 공사를 하던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계속 공사를 했다가는 손실이 날 상황이라 공사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면서 "공사비가 750억 원인데, 예상되는 손실이 300억 원 이상이었다. LH 사업을 앞으로도 진행해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겠느냐"고 말했다.

▲작업자들이 스카이 크레인을 타고 한밭대가 입주할 건물 외부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보건설)

민간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 중단 사례가 여러 건 나오고 있었지만, 공공공사가 중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보건설이 두 차례 공사 중단을 선언했을 때, 건설업계에서 "오죽했으면 공사를 멈췄겠냐"는 반문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공사비 증액이 필요했던 것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LH가 준공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면서 단기간 내 집중공사가 진행돼야 했고, 설계 변경도 있어 예상보다 공사비용이 추가로 요구됐다. 반면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은 어려운 상황이라 차입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LH가 공사비 인상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하면서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오전에도 LH 관계자가 공사비 증액을 위한 협의를 위해 현장에 다녀간 차였다.

공사장에 들어서자 공사가 다시 시작됨을 알려주듯 안전통제실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안전통제실 뒤로 보이는 공사 건물 주위로 안전모를 쓴 직원들은 장화를 신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서둘러 움직였다. 인부들이 출근하면서 식당 주변에도 온기가 감돌았다.

▲세종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18공구 현장 입구(좌) 모습과 현장 내부. (사진=허지은 기자 hje@)

오후에 접어들며 비가 그치자, 미뤄졌던 야외 작업도 다시 속도를 높였다. 작업자들은 2인 1조로 승강기를 타고 건물 외벽 작업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공사를 재개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자들을 다시 섭외하고 자재를 채우는 일이었다. 공사 현장이 멈춰 선 것은 채 2주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실업자'가 된 일용직 노동자들이 밥벌이를 걱정하기엔 넘치는 시간이었다. 하도급업체 작업자들이 공사 재개를 촉구하며 13일 세종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기존 작업자들이 남아 있긴 했지만 한 번에 많은 인력을 다시 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시공사는 서둘러 작업자를 구했고, 날씨가 화창했던 25일에는 200여 명의 작업자가 출근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올해 중 공사가 완료되면 연면적 5만8111㎡ 규모의 땅에 대학 입주공간 5개 동과 바이오지원센터, 학술문화지원센터 등 총 9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충남대, 충북대, 한밭대가 오는 9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센터 외부 벽돌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제공=대보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