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큰손' 개인 잡아라"…브랜드 차별화 고심하는 업계

(게티이미지뱅크)

자산운용업계의 새 먹거리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주요 고객층인 개인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운용사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은 중위권 운용사들은 ETF 브랜드 이름 변경을 통한 이미지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2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외부 컨설팅업체를 통해 ETF 브랜드 명칭 변경과 관련해 자문받고 있다. KB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 김찬영 ETF사업본부장 영입 후 그간의 리브랜딩 작업을 돌아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한투운용 재직 시절에 기존 브랜드명인 ‘KINDEX’를 ‘ACE’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총괄한 바 있다.

KB운용은 브랜드명 변경 여부나 계획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유인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하락 중인 ETF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기준 KB운용 순자산총액은 10조2645억 원으로, 1년 전인 7조4607억 원보다 37%가량 늘었다. 다만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8.3%에서 7.2%로 떨어졌다.

통상 자산운용업계에서 리브랜딩은 사측의 큰 결단이 필요한 일로 여겨진다. 브랜드 이름을 새로 짓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험이 될 수 있는 리브랜딩을 운용사가 살피는 것은 ETF 시장 큰손인 개인투자자 공략이 절실해서다.

ETF 이전 주력 상품이었던 공모펀드는 기업간거래(B2B) 성격이 짙었다. 반면 ETF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 내 인지도만으로도 영업에 무리가 없던 과거와 환경이 딴판인 셈이다. KB운용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관심을 비즈니스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가져가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리브랜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도 브랜드명 변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KB운용 출신 금정석 ETF마케팅본부장이 이달 25일부터 한화운용에 합류하며 실무에 드라이브가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리브랜딩 작업을 이어온 한화운용은 금 본부장과 함께 변경 이름과 시점 등을 논의하며 방향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한화운용 관계자는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브랜드 입지를 확고히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운용업계에서 브랜드명 변경의 효과를 거둔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한투운용은 2022년 내부 공모를 통해 받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리브랜딩에 착수했다. 리브랜딩 이후 한투운용의 ETF 점유율은 3% 후반대에서 5%대까지 올랐는데, 대중 접근성을 높인 브랜드명이 기여한 바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자산운용도 2021년 ‘SMART’에서 ‘SOL’로 브랜드 명칭을 바꾸며 정체성을 뚜렷이 했다. 당시 신한운용은 ETF 후발주자로서 리브랜딩과 인력 개편, 라인업 확충을 동시에 진행했다. ETF 담당 팀을 본부로 격상하고, 김정현 ETF사업본부장을 비롯한 인재를 수혈했다. 그 무렵 4개에 그쳤던 신한운용의 ETF는 현재 40개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출시된 ETF만 844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서는 더더욱 브랜드 색깔과 느낌을 분명히 하는 작업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행 브랜드 문제점을 파악하고 브랜드에 담을 목표, 지향점을 정립한다는 측면에서 리브랜딩 논의가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