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 신사업 추진, 사업 목적 정비 등을 위한 정관변경을 의결하는 상장사가 많다. 대부분 단순 사업 정비 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다수지만, 많게는 수십 개의 사업목적을 추가·삭제하거나 이차전지, 블록체인 등 과거 테마화했던 사업을 뒤늦게 삭제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정기 주총에서 사업목적 변경을 부의안건으로 올린 상장사는 351곳이다. 이 중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상장사는 302곳이었다.
가장 많이 추가된 사업목적 유형은 태양광 발전으로, 오뚜기, 필옵틱스, 동국산업 등을 포함한 15곳이 새로운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신사업으로 추가하는 상장사도 8곳이었다. 의약품, 의료기기 등 바이오 사업을 새 목적으로 추가한 회사는 14곳이었다.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추가한 상장사는 포스코퓨처엠, 휴마시스 등을 비롯한 10개사였다.
이외에도 화장품 관련 사업을 추가한 상장사는 모아데이타 등 9곳,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을 신규 목적으로 추가한 곳은 영풍제지를 포함한 9곳이었다.
초전도체 관련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하는 안을 상정한 기업은 LS에코에너지, 아센디오, 다보링크, 아이엠, 에이치앤비디자인 등 5곳이며, 뉴로메카, 인포마크, 신성델타테크 등을 포한한 8곳이 신규사업목적으로 로봇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사업목적을 10개 이상 추가한 상장사는 29곳으로 나타났다. 와이더플래닛은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와 전시, 공연 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 화장품, 식품제조, 커머스·굿즈 판매업 등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남선알미늄은 산업환경, 소방시설, 정보통신, 건축자재 등을 포함해 각종 건설업과 숙박업, 군납업, 석유 가스 탐사 장비 등을 신규사업목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사업목적을 삭제하는 상장사는 71곳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삭제된 사업목적은 바이오 관련 사업으로 총 18곳이 사업 삭제안을 상정했다.
과거 주목받았던 블록체인과 관련 사업을 삭제하는 상장사는 16곳이다.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서 제외하는 상장사는 9곳이었고,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사업을 목적에서 삭제한 상장사도 8곳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업목적에서 지우는 상장사는 8곳이고, 전기차 충전 사업 등을 삭제하는 기업은 5곳,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삭제하는 상장사는 4곳이다. 마스크 제조·도소매 및 질병 진단 관련 사업을 목적에서 없애는 상장사는 6곳으로 집계됐다.
사업 목적을 10개 이상 삭제하는 상장사는 27곳이었다. 더라미가 미영위 사업 및 중복사업 등을 이유로 92개 사업목적을 정리했고, 일월지엠엘도 65개 사업목적 삭제안을 주총 의결안건으로 올렸다.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상장사들은 대부분 사업다각화, 및 신규사업 추진을 이유로 제시했고, 삭제하는 상장사들은 미영위 사업 혹은 사업 중복 등을 이유로 든다.
법인 정관 양식상 사업목적은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특성상 한 가지 신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부대 사업목적을 상세히 추가해야 한다. 사업목적은 기업의 성장 청사진으로 향후 성장 전략 가이드라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상장사가 다수의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다수의 사업목적을 삭제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 없이 테마에 편승해 무차별적인 사업 목적 추가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허위 사업목적 추가를 통한 주가조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까지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해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등 불공정거래가 적발된 상장사 7곳을 검찰 또는 경찰에 넘겼고, 관련 의혹이 있는 상장사를 추가로 발견해 조사 중이라고 올해 1월 밝힌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삭제·수정한 상장사 1047곳 중 메타버스, 가상화폐 및 NFT, 이차전지, 인공지능,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19 등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회사는 총 285곳이었으나 해당 회사들의 신사업 추진 현황이 존재하는 회사는 약 45%로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신규사업 가장 불공정거래 행위는 전형적인 주가부양 수법 중 하나이자 자본시장 투명성과 신뢰도를 저해하는 중대 위법행위”라며 “올해 중점 조사 대상으로 집중 감시 및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