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사회 여성 비율이 23.3%에 불과하다며 14년 뒤인 오는 2038년 이전에는 성 평등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Center for Corporate Governance)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딜로이트 글로벌 이사회 프로그램의 ‘우먼 인 더 보드룸: 글로벌 관점(Women in the Boardroom: A Global Perspective)’ 보고서 제8판의 국문본을 발간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전세계 이사회 내 여성의 구성 비율을 살피고 그 이면에 있는 정치, 사회 및 법적 동향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아시아 태평양, 미주 및 유럽, 중동, 아프리카(EMEA)에 걸쳐 50개국 1만8000개 이상의 기업(20만6000개 이상의 이사직) 대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번 보고서는 △이사회 및 최고경영진 내 여성 분포 △평균연령 및 재임기간 △여성이사 할당제 시행 현황 △국가별 진행상황 △이사회 고려사항 및 질문으로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여성 이사의 수를 늘리기 위한 많은 이니셔티브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충분히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아 2038년 이전에는 성 평등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이사회 의장이나 최고경영자(CEO) 직책의 성평등에 이르는 길 또한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성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이사회로 하여금 그 기업이 속한 사회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이사회 스스로도 계속해서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조치는 이사회 내 성평등을 진전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내 여성비율이 가장 높은 상위 6개 국가 중 5개국은 약 33%(벨기에, 네덜란드)에서 40%(프랑스, 노르웨이, 이탈리아)에 이르는 여성이사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여성 이사 비율에 대한 목표 설정 및 공시와 같은 정부의 지속적인 이니셔티브도 유의미한 결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및 호주의 경우 현재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이사회 의석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여성이사 할당제와 여성이사 비율에 대한 목표 설정이 이사회 다양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으나, 이사회 의장과 CEO 직책에는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비율은 여성이사 비율에 비해 3배 가까이 낮으며, 글로벌 이사회 중 여성이 의장을 맡고 있는 비율은 8.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변화 속도라면 90년 후인 2111년이 되어서야 전 세계 CEO 성비가 동등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한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이사회 내 여성비율은 8.8%로 2021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나, 글로벌 평균 수준인 23.3%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로 50개국 중 최하위 5개국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하위 5개국은 카타르(1.5%), 사우디아라비아(2.8%), 쿠웨이트(6.2%), 아르헨티나(7.5%) 및 한국(8.8%) 순이다. 지난해 한국의 여성 이사회 의장 비중은 2021년과 동일한 수준인 2.3%이었고, 여성 CEO 비율은 2.9%로 0.5%포인트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