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의 연금개혁에 대한 이의가 제기됐다. 윤석명 전 한국연금학회장을 비롯한 전문가가 모인 ‘연금연구회’는 어제 회견에서 “공론화위 개혁안은 기금 고갈 시기를 7~8년 늦추는 정도의 효과만 있어 개혁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쏘아붙였다. “전문가들이 선호한 ‘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15%’ 안을 (선택 대상에) 추가해 시민 대표단이 학습하게 하자”고도 했다.
공론화위는 앞서 의제숙의단 논의를 거쳐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늘리는 1안과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2안을 제시했다. 둘 다 재정보다 보장성에 무게 중심을 둔 방안이다. 국회는 공개토론회를 거쳐 21대 임기 종료 전까지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큰 가닥이 잡힌 만큼 연금개혁 열차는 역을 떠난 셈이다. 그러나 연구회가 급제동을 걸었다. 어제 항변에 귀담아들을 내용도 없지 않다.
3안이 제시된 것은 1·2안에 비해 재정 안정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연구회에 따르면 국민이 향후 70년 동안 약 3700조 원의 누적 적자 축소 효과를 내는 3안 이점을 숙지하게 되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연구회는 나아가 “(3안을 배제한) 의제숙의단의 의제 설정 규칙이 공정했는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공론화위 자문단 인적 구성이 어떤 원칙과 절차로 이뤄졌는지 밝혀달라”고도 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좋든 싫든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이대로 가다간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하위 출산율, 최고 속도의 고령화를 겪고 있다. 상황이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한시가 급하다. 하지만 새 틀을 만들어야 할 전문가부터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쪽과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쪽으로 분열돼 소란과 소음만 낳고 있다. 어제 회견도 그 편린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 필요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속히 찾아내야 한다. 3안을 내놓은 연구회는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 모임이다. 3안만 믿고 공론화위의 2개 안을 틀렸다고 단정할 계제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3안의 중심 가치인 ‘지속가능성’을 무시할 수도 없다. 혜택은 기성세대가 보고 부담은 미래 세대가 지는 잘못된 구조를 뜯어고치고, 기금 고갈의 위험을 제거하려면 지속가능성 확보에 방점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제 이의는 경청할 가치가 있다.
하나의 가치에 매몰되는 근본주의적 접근은 금물이다. 국민 노후보장은 연금제도가 존재하는 한 포기해서는 안 될 중대한 목표다. 하지만 그것에만 집중해 다른 가치들을 포기하면 지금 막 태어났거나 태어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우리 아이들의 허리가 휘게 된다. 국민연금만 쳐다볼 일도 아니다. 기초노령연금 등 다른 공공부조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금 이원화 제안 등도 검토해 폭넓게 답을 구해야 한다. 다 함께 명심할 것은 지속가능성 없는 개혁안은 한낱 모래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