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이 직전 분기보다 증가했다. 전매제한이 없는 지방에서 분양권 거래 증가세가 두드려졌다. 공사비 인상 등 영향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분양권 거래에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어난 영향이지만, 장기적으로 분양권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프롭테크 업체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1분기 계약일 기준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포함) 거래량은 9500건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4%(405건) 늘어난 수치다.
분양가는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 등 영향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분양권 거래를 살펴보는 수요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2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1774만 원이었다. 1년 전보다 13.5% 상승한 것이다.
정부 조치로 전매제한 규제가 대거 풀려 거래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영향도 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최대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최대 1년으로 단축된 것이다.
1분기 분양권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충남이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55%(494건)가량 늘어난 1387건이 거래됐다. 청약 경쟁이 치열했던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가 전매제한 없이 매물이 나오며 1분기 거래량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2월 분양한 곳으로, 1순위 경쟁률은 평균 52.58대 1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천안한양수자인에코시티에서 등기 전 분양권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다음은 경남으로, 직전 분기 755건이었던 분양권 거래는 올 1분기 1103건 거래되며 46%(348건) 늘었다. 더샵거제디클리브, 이편한세상거제유로스카이 등 입주 아파트에서 등기 전 분양권 거래가 발생했다.
세종시는 절대적인 거래 건수는 30건으로 적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해 43%(9건)가량 증가했다. 세종시의 기존 아파트값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물이 거래된 영향으로 보인다.
경북에서는 1301건이 거래되며 직전 거래 대비 37%(350건) 거래량이 증가했다. 1분기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초곡, 한화포레나포항 등에서 거래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여기에 1월 분양한 힐스테이트더샵상생공원2단지의 당첨 물건이 거래된 영향도 더해졌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이 6.35대 1로 나타났다.
전매제한이 남아있는 수도권은 오히려 분양권 거래량이 감소했다. 올 1분기 경기도에서는 1293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직전 분기(1495건)보다 14% 줄었다. 인천은 직전 분기(549건)보다 12% 감소한 483건, 서울은 23%(16건) 줄어든 55건 등이었다.
그러나 분양권 거래 증가가 계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직방은 "4월 이후 신규 분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신규 분양 아파트의 가격 경쟁력 등에 따라 분양권 거래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되긴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어 분양권 거래 시장을 위축시키는 영향으로 작용할 여지도 남아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상태와 유사한 수준에서 거래량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고 있어 분양권 거래량은 현재와 유사할 전망"이라며 "분양가가 높아진다면 분양권 거래량이 더 늘어날 수 있지만, 분양가가 결과적으로 입주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거래량은 잠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