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허술한 재벌이라니”…‘눈물의 여왕’, 아는 맛이 더 무섭다 [이슈크래커]

▲(출처=tvN ‘눈물의 여왕’)

7일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 10회 시청률은 수도권 평균 20.9%(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 최고 22.7%, 전국 평균 19%, 최고 20.6%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과 전국 기준 모두 5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건데요.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에서는 수도권 평균 8.3%, 최고 9%, 전국 평균 8.4%, 최고 9%까지 치솟으며 또 한 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뛰어넘었는데요. 수도권과 전국 기준에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죠.

배우 김지원, 김수현 주연의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과 용두리 이장 아들,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첫 방송부터 반응이 왔습니다. 1회 시청률은 전국 평균 5.9%라는 호성적을 썼는데요. 2회에 8.7%로 뛰어오르더니, 4회 만에 13%를 찍었고 등락을 거듭하다 10회에 19%로 치솟는 기염을 토했죠.

시청률은 승승장구지만,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재벌이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인데요. 이에 대항한 한마디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는 맛이 무섭다’는 거죠.

▲(출처=tvN ‘눈물의 여왕’)

‘눈물의 여왕’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빚었습니다. 화려한 작가, 감독, 배우의 라인업으로 “안 봐도 재밌다”는 기대를 자아낸 바 있죠.

박지은 작가는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사랑의 불시착’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입니다. 전작은 ‘사랑의 불시착’인데요.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죠. 연출을 맡은 두 감독도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합니다. 장영우 감독은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불가살’ 등을 연출했고, 김희원 감독은 ‘왕이 된 남자’, ‘빈센조’, ‘작은 아씨들’에서 세심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배우 라인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수현은 2020년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후 약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전작인 쿠팡플레이 ‘어느 날’(2021)에서 평가가 엇걸린 탓인지, 주특기인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선택했죠. 김수현은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에 이어 박지은 작가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요.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다가도 금세 애절한 멜로 연기로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고, 서울대 법대 출신 퀸즈그룹 법무 이사다운 지성을 뽐내다가, 또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 김지원은 전작 ‘나의 해방일지’(2022)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신해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김지원의 연기 자체가 개연성’이라는 감탄도 나오는데요. 퀸즈그룹 재벌 3세인 홍해인을 표현하는 단단한 중저음의 발성, 정확한 딕션은 ‘쌈, 마이 웨이’에서의 밝고 높은 톤과 발성과는 확연히 다르기에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무엇보다 흥미를 끄는 건 재벌과 서민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는 드라마의 오랜 단골 소재 중 하나인데요. 이른바 신데렐라 스토리, 캔디 스토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신드롬급 인기를 끈 작품도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죠.

‘드라마는 상류층을 지향하고, 영화는 하류층을 조명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TV 드라마에서는 화려한 재벌가의 이야기를 그리는 게 성공률이 높다는 건데요. 이는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재벌과 서민의 사랑 이야기가 ‘흔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에 제작진도 기본 공식에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기 위해 노력해왔죠. 스릴러 요소를 추가한다거나, 배경을 법정, 병원 등 색다른 공간으로 삼는다거나, 최상류층의 모습을 세밀하게 풍자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출처=tvN ‘눈물의 여왕’)

‘눈물의 여왕’ 제작진은 변주로 ‘뒤집기’를 선택했습니다.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남녀가 뒤바뀐 역발상으로 신선함을 꾀한 건데요. 통상 신데렐라 스토리가 남성 재벌과 여성 서민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눈물의 여왕’은 여성 재벌과 남성 서민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는 세부적인 장면에서 더 도드라집니다. 백현우는 고달픈 처가살이로 몸살을 앓는 인물입니다. 퀸즈그룹의 다른 사위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요.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제사 준비에 열중합니다. 녹초가 된 사위들은 이내 “홍 씨 조상 제사인데 준비하는 사람은 김 씨, 유 씨, 조 씨, 백 씨다. 뼈 빠지게 전 부친 건 우린데, 절하는 건 자기들끼리”라며 불만을 쏟아내죠. 제사 준비는 도맡아 하면서도 정작 제사에선 배제되는 이들의 모습은 현실 속 며느리들의 모습과 닮아 낯설지 않습니다. 익숙한 서사 구조에 성별을 반전으로 삼은 겁니다.

여기에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시한부’ 설정은 극의 분위기를 너무 어둡게 만들기보다는 백현우·홍해인 부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로 사용돼 눈길을 끌죠.

외신도 ‘눈물의 여왕’ 속 차별점을 조명했습니다. 타임지는 지난달 29일 “‘눈물의 여왕’, 낡은 관습을 타파하는 신선하고 볼만한 K-로맨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는데요. 해당 기사에서는 “‘눈물의 여왕’은 우리가 K드라마에서 흔히 기대하는 것을 비틀고 신선하게 접근한 드라마”라며 “K드라마가 그 무엇보다 잘하는 것은 장르를 혼합해 신선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눈물의 여왕’은 익숙한 요소와 참신한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이를 해내고 있다”고 글로벌 인기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도 ‘눈물의 여왕’의 특징으로 “역동적인 서사, 주연 배우 케미스트리, 매력적인 캐스팅”을 꼽으며 “시간을 투자해 정주행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호평을 등에 업고 ‘눈물의 여왕’은 3일 넷플릭스가 발표한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 랭킹(3월25일~31일)에서 1위에 등극하며 글로벌 신드롬을 입증했습니다. 지난달 9일 공개된 이후 기록한 누적 시청 시간은 9380만 시간입니다.

▲(출처=tvN ‘눈물의 여왕’)

그러나 16부작인 드라마가 반환점을 돌면서 혹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8회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죠.

8회에서는 퀸즈그룹이 ‘모슬희’(이미숙 분)와 ‘윤은성’(박성훈 분) 모자의 계략에 속아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홍해인과 그의 가족이 백현우의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재벌 가문이 순식간에 망해 쪽박(?)을 차는 이야기는 드라마틱하고 빠른 전개가 생명인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법 했는데요. 홍해인의 가족이 한 명씩 등장하는 연출까지 코믹함이 강조돼 “‘웰컴투 용달리’도 아니고 뭐냐”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자아냈죠. 이 같은 전개는 결국 백현우의 고향 집으로 숨어든 백현우·홍해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오만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퀸즈가 사람들의 시야가 좀 더 넓어질 기회를 위한 장치로도 작용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멍청한 재벌”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설정이었습니다.

‘눈물의 여왕’은 종영까지 6회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공식 영상에 한 네티즌은 “고구마는 먹을 만큼 먹었다. 이제부턴 다량의 사이다가 필요하다. 고구마 그만 먹고 싶다”고 강조했는데요. 과연 ‘눈물의 여왕’이 후반부부터는 속 시원한, 공감대 있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흐린 눈’을 맑게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미 시청률 20% 돌파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 ‘눈물의 여왕’이 기록할 자체 최고 시청률에도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