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사)케이썬 이사장ㆍ(사)미래학회 부회장
저출산지원혜택 소외, 정의에 반해
신혼집 공급 등 결혼지원이 효과적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7명에서 2023년 0.72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25년 만에 반으로 줄었다. 올해는 0.68명 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하니 인구의 급속한 감소는 되돌리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못 보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에 설치된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여 20년 넘게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예산도 2006년 2.1조 원에서 2022년 50조원으로 24배 늘렸지만, 감소 추세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효과를 못 보니 다양한 출산 장려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여러가지 쪼개져 있는 정책을 통합하여 통크게 신생아 1인당 1억 원을 지원하거나, 여성이 20대에 출산하면 무조건 1억 원을 주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인간의 생명에 1억 원이라는 인센티브가 붙는 것을 보니 착잡하다.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출산 정책의 효과를 따져보려면 먼저 어느 집단의 출산율이 높은가 살펴봐야 한다. 출산율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소득 하위층 가구의 출산율이 가장 낮으며, 소득 상위층 가구의 출산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2010년 대비 2019년을 비교해 보면 소득 하위층은 출산율이 51.0% 감소, 소득 중위층은 45.3% 감소, 소득 상위층은 24.2% 감소했다. 현재까지의 저출산 정책이 저소득과 중위층에는 효과를 못보고 있고, 소득 상위층에서만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소득층은 물론 중위층에서 출산율이 반으로 감소한 것은 자녀를 낳고 키우기 위한 주거, 양육, 교육 등의 비용이 점점 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고소득층은 자녀 양육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출산율이 높은 상태에서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이 출산 감소를 막는 효과를 냈을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은 고소득층에 유리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고소득층에 유리한 저출산 지원정책은 정의로운 것인가를 반문하게 된다.
소득과 결혼율 통계를 봐도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혼인율, 가정을 이루는 비율이 높다.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남성 소득 상위 10% 대비 소득 하위 10%의 결혼율은 2~4배 차이를 보인다. 40대 남성의 경우 소득 상위는 96% 결혼을 하지만, 소득 하위는 58%에 불과했다. 50대 이후의 저소득 남성은 미혼 독신으로 노령기를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소득이 인간 사회를 유지해온 결혼조차 좌우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고소득일수록 혼인율과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다. 저소득일수록 결혼도 못 하고 출산율도 낮기 때문에 정부의 저출산 지원책은 저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고소득자에게 추가의 혜택을 주고, 저소득자는 지원 정책에서 소외되는 저출산 지원 정책은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은 소득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따른 현상일 뿐이다.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지 않고는 저출산이라는 구조를 바꿀 수 없고, 이러한 구조에서 출산 인센티브는 결국 고소득자에게만 유리한 정책으로 작동하게 된다.
소득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장기적 과제다. 그렇다고 더 심해지는 초저출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출산 지원 정책을 폐지하고, 성인 남녀는 누구나 가정을 이룰 수 있고, 가정을 이루고 싶도록 결혼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결혼 비용 무료 지원(신혼여행 비용 포함), 신혼집 공급 확대(임대 또는 저리 대출), 1달 결혼 휴가, 부부 소득 감면 등 결혼 지원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행복한 결혼을 지원하는 정책이 인간적이고 더 정의롭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녀를 갖게 될 것이다. 가정은 사회 공동체의 최소 단위이다. 가정을 이루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공동체성도 높아질 것이다. 저출산을 걱정하기 전에 국가는 청년의 행복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